[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에릭 서캠프(한화)는 지난 14일 대구 삼성전의 패전투수였다. 1점차 리드를 안고 7회 마운드에 올랐지만 동점을 허용했다. 박해민, 최형우의 큰 타구도 야수의 수비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이승엽의 2루타(투수 장민재)로 승계주자는 역전주자로 바뀌었다.
한화의 5연승 종료. 1승이 중요한 시기에 서캠프는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전날 그는 5연승의 역전 드라마 주역 중 한 명이었다. 그 전에도 그랬다. 지난 3일 고척 넥센전부터 13일 대구 삼성전까지 5경기 연속 팀 승리에 기여했다.
이동일이 하루 있었으나 4경기 연속 등판(1⅓이닝-1⅔이닝-1⅓이닝-⅔이닝)했다. 18구-26구-22구-11구 등 투구수는 총 77개였다. 주요 투수들이 전열에서 이탈한 데다 정우람마저 허리 통증으로 뛰기 어려웠던 시기(정우람은 15일 대전 롯데전 등판)였다. 그런 불펜의 한 자리서 주요 직책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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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캠프는 9월 들어 한화 불펜에 힘을 보태고 있다. 사진(대구)=김영구 기자 |
그런데 서캠프는 9월부터 불펜으로 보직이 바뀐 뒤 한결 나아졌다. 지난 14일 경기 이전까지 9월 평균자책점이 1점대(1.74)였다. 위기서 실점을 최소화하는 등 중심을 잡아줬다. 한화는 비상상황이다. 서캠프도 매 경기 등판 대기를 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는 즐겁단다.
서캠프는 “불펜 보직은 2014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시절 이후 2번째다. 재미있고 즐기고 있다. 점점 자신감도 얻고 있다”라며 “주로 긴박한 상황에 출전한다. 때문에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리는 것보다 최대한 공격적인 피칭을 하려고 한다. 2S 볼카운트 이후에는 스트라이크존을 좀 더 넓게 활용해야 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구경하기 어려워진 볼넷이다. 서캠프는 선발 등판 7경기에서 38명의 타자를 상대해 15개의 볼넷을 내줬다. 그런데 9월 들어 볼넷은 딱 1개다. 그것도 1일 대전 LG전이었다. 최근 6경기 연속 무볼넷.
제구가 안 돼 골머리를 앓게 만들었던 서캠프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서캠프는 이에 대해 “글쎄,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 같다. KBO리그에 좀 더 적응했고, 속구 구위도 좋아진 것 같다”라고 답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변화는 분명 있었다. 그의 태도와 생각이다.
서캠프는 “슬럼프에 빠졌을 때 잘 하려고 기술 연구를 많이 했다. 그런데 오히려 악영향을 끼쳤다. 서산도 다녀왔는데, 모든 걸 내려놓았다.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미국 무대에서 좋았던 시절만 생각했다. 그 좋은 생각으로 공을 던지니 좀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물론, 야구라는 게 내가 원하는대로 되는 게 아니다. 좋은 공을 던져도 얻어맞을 수 있다. 분명한 건 (좋아진)지금 이게 평소 내가 하던대로다”라고 전했다.
8월까지 서캠프는 무승 투수였다. 하지만 현재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투수 가운데 1승도 올리지 못한 건 레온(삼성) 밖에 없다. 서캠프는 불펜 이동 후 그렇게 안 따르던 승운이 따랐다. 지난 8일 대전 kt전과 11일 대전 SK전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서캠프는 “특별히 개인 기록을 의식하지 않는다. 내가 잘 던져도 팀이 질 수 있다. 반대로 내가 못 던져도 팀이 이길 수 있다. 현재 중요한 건 내가 좋은 공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타자와 대결하면서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있다. 확실한 건 예전보다 공의 질이 좋아졌다”라고 이야기했다.
한화는 지난 14일 6연승 도전이 좌절됐지만 이튿날 롯데를 꺾고 다시 승수를 쌓기 시작했다. 5위 KIA와 승차는 1.5경기로 줄었다. 한화는 16일부터 롯데, KIA와 3경기를 맞붙는다. 가을야구의 희망 불씨를 더욱 키울 수 있는 기회다. 서캠프도 지난 14일 패전의 악몽서 깨어나 다시 힘을 보태야 한다. 그의 활약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서캠프는 지난 7월 14일 잠실 LG전을 통해 KBO리그 데뷔 경기를 치렀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다. 승리투수는 안 됐지만
그 각오는 변함없다. 서캠프는 “현재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1승과 1패에 따라 운명이 엇갈리는데 계속 이겨나가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도 가을야구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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