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2017 K리그 클래식은 개막 당시만 해도 흥행전선이 ‘맑음’이었다. 3월 4일과 5일 이틀간 전국 6개 구장에 9만8353명의 구름관중이 찾았다. 역대 개막 라운드 최다 관중 기록(2015년 8만3871명)을 갈아치웠다. 경기당 평균 관중이 1만6392명으로 1년 전(1만3865명)보다 약 2500여명이 증가했다.
K리그는 공식 개막전에 전년도 클래식 우승팀과 FA컵 우승팀이 맞붙는 전통이 있다. 올해는 서울과 수원의 슈퍼매치가 시즌 첫 판부터 성사됐다. 두 팀이 격돌한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3만4376명의 관중이 집계됐다. 역대 개막전 최다 관중이다.
슈퍼매치를 비롯해 동해안더비(울산-포항), 호남더비(전북-전남), 달빛더비(광주-대구) 등 다양한 더비가 펼쳐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4경기 모두 1만명 이상이 모였다.
판이 열리기 전까지 흥행 걱정이 한 가득이었다. 개막일은 2014년 이후 가장 빨랐다. 3월 초에는 날씨가 쌀쌀하다. 개막 직전 치른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K리그 팀이 1무 3패로 부진했다.
우려를 지우며 새 시즌의 첫 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딛었다. 그렇게 올해는 다를까 싶었다. 2013년 이후 4년만의 200만 관중 시대를 꿈꿨다.
그러나 7라운드가 지난 현재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예년과 엇비슷하다. 총 36만6523명으로 경기당 평균 관중은 8726명이다. 개막 라운드 평균 관중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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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3일 전북과 포항의 ‘레트로 매치’가 열린 전주종합운동장에는 9105명의 관중이 자리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지난 22일과 23일 펼쳐진 클래식 7라운드. 관중 1만명 이상이 자리한 구장은 서울-인천전(1만4596명)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뿐이었다. 상주-광주전(1531명), 강원-수원전(2001명), 제주-대구전(2446명)에는 3000명도 경기장을 채우지 않았다.
1999년으로 돌아간 전북과 포항의 ‘레트로 매치’도 9105명의 관중만 현장에서 즐겼다. 전북의 한 관계자는 “U-20 월드컵 개최로 전주월드컵경기장이 아닌 전주종합운동장을 쓰고 있다. 향수를 자극한다고 해도 최신식구장이 아니기 때문에 축구팬이 경기를 관전하는데 불편한 면이 있다. 이 때문에 관중 유치에 어려움이 따른다”라고 했다.
클래식 7라운드 관중은 총 3만5092명이 집계됐다. 올해 클래식 라운드별 관중 중 최소다. 5라운드(3만7636명)보다 2544명이 적었다. 대선 첫 주말 선거운동, 봄나들이, 미세먼지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나 절대적인 요인이 될 수는 없다.
이 기간 프로야구는 17만8198명의 관중을 유치하며 흥행 대박을 쳤다. 잠실구장은 이틀 연속 매진(2만5000명) 사례를 이뤘으며, 전 경기 1만명 이상의 구름관중이 몰렸다.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2차전이 벌어진 안양실내체육관(유효좌석 5500석)에도 총 1만179명이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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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이후 K리그 클래식 7라운드 기준 관중 기록. |
올해 클래식은 개막 후 7라운드까지 주중 경기는 없었다. 42경기 모두 주말에 열렸다. 2015년(6라운드)과 2016년(5라운드)은 한 차례씩 주중에 펼쳐지기도 했다. 2014년은 주중 라운드가 두 차례(4·7라운드)나 있었음에도 34만1217명을 모았다.
주중보다 주말 경기의 관중 유치가 좀 더 수월하다. 하지만 그 같은 이점에도 흥행에 불을 지피지 못했다. 올해 클래식 주중 라운드는 오는 5월 3일 열리는 9라운드다. 그날은 석가탄신일로 공휴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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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은 지난 22일 강원을 꺾고 K리그 클래식 개막 7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첫 승은 인기몰이로 이어질까.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올해 클래식 42경기 중 1만명을 넘긴 것은 15경기다. 35.7%로 셋 중 하나다. 그러나 홈 개막전의 상징성이 있는 1,2라운드를 제외하면, 비율이 급격히 낮아진다. 3~7라운드의 30경기에서는 6경기에 불과하다. 라운드별 1경기 정도다(4라운드만 2경기였다).
1만명 유치는 어려운 미션이 됐다. 새삼 놀랍지는 않다. 이 비율은 2014년 이후 그대로다. 다만 올해는 주중 개최의 핸디캡이 없었다. 게다가 특징이 하나 있다. 흥행을 주도했던 팀의 관중 동원 능력이 예년보다 약해졌다.
수원(2014년), 전북(2015년), 서울(2016년)은 지난 3년간 한 차례씩 최다 관중 1위를 차지했다. 가장 열성적인 팬을 보유하고 있는 3개 팀은 인기몰이를 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엄밀히 말해 수원에 ‘빨간불’이 켜졌다.
수원은 지난해 하위 스플릿까지 미끄러지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FA컵 우승으로 명예를 회복했지만, 클래식 부진은 올해도 계속됐다. 지난 22일 골키퍼 신화용의 페널티킥 선방에 힘입어 개막 7경기 만에 첫 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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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이후 서울-수원-전북의 K리그 클래식 관중 기록. 2017년 관중 집계는 7라운드까지. |
한 축구계 관계자는 “흥행을 주도해야 할 수원의 흐름이 매우 안 좋다. 클래식 흥행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수원의 흥행 부진은 오늘날의 일이 아니다. 수원은 2014년 이후 해마다 관중이 감소했다. 37만2551명(2014년)→25만702명(2015년)→20만2214명(2016년)으로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해 경기당 평균 1만642명이 집계됐으나 올해는 1만 관중 유치도 어려운 실정이다.
수원의 올해 평균 관중은 7952명에 불과하다. 포항(3만7290명·평균 1만2430명), 울산(4만3929명·평균 1만982명)은 물론 최하위 인천(3만3551명·평균 8337명)보다 동원 능력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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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수원의 K리그 클래식 개막전에 3만4376명의 관중이 찾았다. 7라운드까지 올해 1경기 최다 관중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수원에 비해 서울과 전북은 심각한 흥행 위기까지 겪지 않는다. 최다 관중 1위의 서울은 7만3039명으로 평균 1만8259명이 집계됐다. 홈 4경기 연속 1만명 이상이 찾았다. 지난 3년간 평균 관중 1만7012명(2014년)→1만7172명(2015년)→1만8007명(2016년)과 비교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다만 슈퍼매치 효과가 포함된 기록이다. 또한, 지난해 홈 2~4번째 홈경기 기준을 고려하면 1만1375명이 적은 편이다. 대수롭지 않게 여길 정도는 아니다.
서울은 수원과 마찬가지로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최근 데얀의 골이 터지면서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다. 전형적인 슬로스타터였던 점을 고려하면, 초반 성적표가 아주 나쁜 것도 아니다.
전북은 전주종합운동장이라는 환경을 고려하면 선전하고 있다. 5만6845명으로 평균 1만4211명을 기록했다. 성적은 12개 팀 중 가장 좋다. 5승 2무로 단독 선두에 올라있다. 유일한 무패의 팀이다. 안방에서는 100% 승률(4승)을 과시하고 있다.
징계로 AFC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하지 못한 점이 흥행의 연속성에 악재이긴 하나, U-20 월드컵이 끝난 뒤 전주월드컵경기장에 다시 입주하는 호재가 있다. 적어도 지금보다 나을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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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K리그 클래식 12개 팀의 관중 현황. |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내용이다. 그리고 주요 볼거리가 골이다. 올해 42경기에 105골이 터지면서 평균 2.5골이 나왔다. 6라운드 17골, 7라운드 20골 등 점차 골을 많이 넣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한 관계자는 “K리그 흥행이 시국, 대선, 날씨, 월드컵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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