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시즌은 끝났고, 이제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의 문이 열린다. 많은 선수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위해 시장으로 나올 예정이다. 그중에서 관심을 끄는 선수가 한 명 있다. 내년 3월 만으로 32세가 될 대한민국 인천 출신의 오른손잡이 왼손 투수 류현진이 그 주인공이다. 당장 계약 기간과 금액을 점칠 수는 없다. 기자는 점쟁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그를 둘러싼 주변 상황을 살펴보기로 한다.
보라스의 자신감 "좌완에게 아주 좋은 시장이다"
"이번 FA 시장은 투수들에게 아주 좋은 시장이다. 특히 좌완에게 그렇다. 30대의 FA 투수들이 많지 않다."
월드시리즈 5차전을 앞두고 다저스타디움에서 만난 류현진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늘 그렇듯 확신에 찬 얼굴로 이같이 말했다. 류현진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좌완'을 특별히 언급하며 류현진을 염두에 두고 한 말임을 알렸다.
↑ 류현진이 FA 시장에 나왔다. 사진= MK스포츠 DB |
2015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댈러스 카이클(30)도 시장에 나온다. 이번 시즌 34경기에서 204 2/3이닝을 던지며 통산 세번째로 200이닝을 돌파했다. 이 기간 26승 16패 평균자책점 3.39의 성적을 내며 준수한 활약을 했다. 코빈과 카이클은 이번 FA 시장에서 가장 높은 몸값을 받을 좌완 선발들이다.
여기에 옵트 아웃 실행을 고민중인 클레이튼 커쇼(30), 2019시즌에 대한 팀 옵션이 걸려 있는 콜 해멀스(34)까지 시장에 나온다면 좌완 FA 시장은 더 북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노장중에는 J.A. 햅(36), CC 사바시아(38) 등이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이적 후 좋은 모습을 보인 지오 곤잘레스(33), 이번 시즌 반등에 성공한 데릭 홀랜드(32), 웨이드 마일리(31) 등도 시장에 나온다. 브렛 앤더슨(30), 드루 포머랜츠(29), 하이메 가르시아(32), 맷 무어(29), 마틴 페레즈(27), 프란시스코 리리아노(35), 헥터 산티아고(30) 등 성공적인 커리어를 갖고 있지만 이번 시즌 부진했던 선수들은 좋은 조건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류현진은 이들중 어느 위치에 속할까? 코빈, 카이클처럼 정상급 대접을 받지는 못할 것이다. 이번 시즌 성적은 좋았지만 양적으로 밀린다. 결국 곤잘레스, 홀랜드, 마일리 등과 함께 2~3선발 후보군에 포함되거나 그보다 살짝 위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다. 기간의 문제는 있겠지만 다년 계약을 따낼 경쟁력은 충분하다.
↑ 이번 2018-19 FA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을 좌완 선발은 패트릭 코빈이다. 사진=ⓒAFPBBNews = News1 |
일단, 류현진은 먼저 원소속팀 다저스와 협상할 기회를 갖게된다. 그의 다저스에 대한 감정은 나쁘지 않다.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도 LA에 남고 싶다는 의사를 몇 차례 드러냈다.
기회는 있다. 다저스는 월드시리즈 종료 후 5일 안에 류현진에게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할 수도 있다. 이 오퍼를 류현진이 수용하면 1년간 1790만 달러의 연봉을 받고 다저스 선수로 뛰게된다. 그러나 다저스가 이 오퍼를 제시할 가능성도 낮고, 제시한다 하더라도 류현진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도 낮다. 최근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퀄리파잉 오퍼 제시에 신중한 모습이다. 구단들은 정말로 이 선수와 1년을 더 함께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드래프트 지명권을 보상받기 위해 오퍼를 제시하는 것인데 중간급 선수들에게는 나쁜 조건이 아니기 때문에(상위 125명 평균 연봉) 이를 받아드는 경우가 늘어났고, 구단들도 신중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FA 선수들은 안정적인 다년 계약을 선호하기 때문에, 1년짜리 계약을 수락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때 보상 조건이 너무 과해서(1라운드 지명권 보상) FA 선수들의 발을 묶는 족쇄로 작용했지만, 지난해 새 노사협약이 적용된 이후 규정이 완화되면서 선수들도 이를 의식하지 않고 거절하는 것이 추세다. 지난 시즌에는 한 명도 수용자가 나오지 않았다.
문제는 다저스가 류현진을 필요로 하느냐이다. 일단 이들은 팀의 간판 스타 클레이튼 커쇼를 붙잡는 것에 먼저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여기에 워커 뷸러가 새로운 에이스로 입지를 다진 상태이고, 알렉스 우드, 마에다 켄타, 로스 스트리플링이 돌아온다. 포스트시즌에서 성공적인 복귀를 알린 훌리오 우리아스도 2019시즌 도중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할 예정이다. 류현진이 내년에도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한다면 이들과 경쟁에서 밀릴 이유는 없다. 그러나 다저스가 큰 돈을 들여 선발을 보강할 동기부여는 확실히 떨어진다.
↑ 류현진이 다저스와 재결합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사진= MK스포츠 DB |
류현진이 갈 팀은 특별히 한정지을 수가 없다. 사실상 선발 보강을 원하는 모든 팀들이 영입 후보들이다. FA 영입을 통한 선발 보강의 의지가 있는 팀이라면 류현진을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시즌 선발 보강에서 쓴 실패를 맛본 팀들이 일단 가능성이 높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팀은 텍사스 레인저스다. 요바니 가야르도, 맷 무어, 바르톨로 콜론, 마틴 페레즈 등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던 선수들이 대거 팀을 떠날 예정이다. 그 빈자리를 대신할 젊은 선수들이 많이 부족하다. 리빌딩기간 로테이션을 지켜 줄 FA 선발을 찾고 있을 것이다. 이들은 이번 시즌 역시 어깨 부상에서 회복한 마이크 마이너를 성공적으로 활용한 경험이 있다. 류현진의 부상 이력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이메 가르시아, 마르코 에스트라다가 떠날 토론토 블루제이스도 후보 중 한 팀이다. 남아 있는 선발 자원중에 좌완은 라이언 보루키, 토마스 패논 둘밖에 없다. 보루키는 그렇다쳐도 패논은 아직 풀타임 선발로 기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선수다.
유난히 선발들이 부상을 많이 당한 LA에인절스도 생각해볼만한 팀이다. 앤드류 히니, 타일러 스캑스 등 좌완 자원이 이미 있는 팀이지만, 투수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시장을 기웃거릴 수도 있다.
워싱턴 내셔널스도 후보다. 이번 시즌 도중 백기를 들기는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