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도곡동) 이상철 기자]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자진 사퇴 발표는 급작스러웠다. 정운찬 총재를 비롯해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지만 선 감독은 오래 전부터 물러날 뜻을 굳게 결심했다.
선 감독은 14일 오후 KBO를 방문해 자진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사퇴를 통해 국가대표 선수들과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명예를 지키고 싶다”라고 밝혔다.
2017년 7월 전임 감독으로 야구대표팀을 맡은 그는 2020 도쿄 하계올림픽까지 계약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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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마친 후 사퇴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사진=옥영화 기자 |
선 감독의 기자회견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후 두 번째였다. 국정감사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증인으로 채택된 직후였던 10월 4일이었다.
한 달 전과는 달랐다. KBO가 전달하지 않았다. 선 감독이 직접 알렸다. 1시간여 전이었다. ‘어떤 말’을 할지는 유추가 가능했다. 그리고 선 감독도 사퇴 의사를 숨기지 않았다.
선 감독의 자진 사퇴 보도에 KBO는 당혹스러워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진행한 정 총재와 면담도 13일에야 약속을 잡았다. 대다수 KBO 관계자는 정 총재와 선 감독의 면담 사실도 당일에야 파악했다. 정 총재도 선 감독이 ‘진짜’ 사퇴 의사를 표명하자 깜짝 놀라며 만류했다.
그렇지만 선 감독은 “2020 도쿄 하계올림픽까지 맡아 도와 달라”는 설득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만큼 의지가 강했다. 짧은 기자회견을 마친 선 감독은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결심했다”고 밝혔다.
선 감독은 따로 배포한 자진 사퇴 기자회견문에서 “청년들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하고 병역 특례에 대한 시대적 비판에 둔감했다”고 고개 숙이면서도 야구대표팀 감독으로서 명예 실추에 안타까워했다.
아시안게임 3연패를 이루고도 금의환향 받지 못했으며 금메달조차 목에 걸 수 없었다. 참담한 심정이었던 선 감독은 사퇴에 대한 생각을 갖기 시작했다. 스트레스도 심해 40도가 넘는 고열을 앓기도 했다.
그리고 온갖 풍파를 겪으면서 사퇴 의사는 더욱 확고해졌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그렇게 어려운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발언은 큰 상처를 줬다.
또한, 전임감독제를 반대한 정 총재의 발언도 선 감독의 사퇴를 종용한 꼴이었다. 선 감독은 “자진 사퇴가 총재님의 소신에도 부합하리라 믿는다”라고 했다.
선 감독은 국정감사 후 장윤호 KBO 사무총장과 만남을 가졌다. 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2020 도쿄 하계올림픽의 야구 예선을 겸하는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와 관련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장 사무총장은 “선 감독님은 2020 도쿄 하계올림픽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또한, 한국야구의 미래를 걱정하셨다. 2020 도쿄 하계올림픽까지 한국야구를 잘 부탁한다는 총재님의 의사도 전달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장 사무총장은 “(3주 전 만났을 때도 사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