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박병호(33·키움)의 포스트시즌 통산 8호 홈런은 극적이었다. 세이브(35) 2위 고우석(LG)의 초구를 때려 0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가득 메운 1만6300명의 희비가 가장 극명하게 갈린 순간이었다.
끝내주는 한 방이었다. 박병호는 정규시즌 홈런(33) 1위다. 6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가장 중요한 순간에 ‘가장 강력한 대포’를 쐈다.
박병호의 홈런이 터진 포스트시즌에서 영웅군단이 승리한 건 이번이 3번째다. 지난해까지 2013년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1차전, 2018년 한화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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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호는 6일 현재 포스트시즌 통산 홈런 8개를 기록했다. 2013년 이후 해마다 포스트시즌(2016·2017년 해외 진출)에서 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서울 고척)=김재현 기자 |
박병호가 “포스트시즌에서 홈런을 치고도 팀이 이긴 적이 (거의) 없었다. 오늘 경기를 졌다면 (정신적으로) 타격이 컸을 텐데 다행히 내 홈런으로 팀이 이겼다”라며 기뻐했다.
혹자는 다음을 생각했다. 제이크 브리검(6⅔이닝 무실점·키움)과 타일러 윌슨(8이닝 무실점·LG)이 펼친 투수전으로 연장전을 예상한 이도 적지 않았다. 키움도 한현희 카드를 준비했다.
그러나 혹자는 다음을 생각하지 않았다. 박병호가 끝낼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학습 효과다.
지난해까지 박병호의 포스트시즌 홈런 7개 중 9회 터진 게 2개였다. 2013년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5차전 및 2018년 SK와 플레이오프 5차전으로 2경기 모두 9회 2사 후 극적인 동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키움 선수들은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 아닌가. 중요한 순간마다 홈런을 때렸다. 9회 타석이 아니라 타석마다 한 방을 쳐줄 것 같아 기대감이 크다”라고 입을 모았다.
박병호는 정규시즌 9회 타율이 0.367였다. 안타 11개 중 3개가 홈런이었다. 이닝별 홈런은 4회가 7개로 많았으나 대체로 고른 편이었다. 그의 홈런은 때를 가리지 않는다.
초구 끝내기 홈런은 예상 밖이긴 했다. 9회말이 시작하자마자 경기가 종료됐다. 키움 선수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만큼 너무 깜짝 홈런이어서 기쁨은 2, 3배였다.
김혜성은 “이제 9회말이 시작이구나 생각했는데 바로 타구가 넘어갔다. 맞는 순간 다들 홈런을 직감했다. 포스트시즌 끝내기 홈런을 처음 봤는데, 내가 직접 치지 않아도 정말 짜릿한 기분이었다. 역시 박병호 선배는 대단하다”라며 기뻐했다.
◆박병호의 포스트시즌 통산 홈런
2013년
준PO 1차전 | 1회 1점 | 4-3 승
준PO 5차전 | 9회 3점 | 5-8 패
2014년
KS 2차전 | 4회
2015년
PO 1차전 | 6회 1점 | 3-4 패
PO 4차전 | 5회 1점 | 9-11 패
2018년
준PO 1차전 | 4회 2점 | 3-2 승
PO 5차전 | 9회 2점 | 10-11 패
2019년
준PO 1차전 | 9회 1점 | 1-0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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