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고척) 이상철 기자
“오늘 느낌이 좋다.”
김경문호의 첫 번째 과제는 ‘득점’이었다. 한국은 최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 첫 경기에서 타선이 터지지 않으면서 실타래가 꼬였다.
2019 WBSC 프리미어12의 첫 상대는 호주. 2007년 야구 월드컵 5위 결정전 이후 호주에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강팀이 고전할 정도로 예상외의 전개가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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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수는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호주와의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예선라운드 C조 1차전에서 결승타 포함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사진(서울 고척)=천정환 기자 |
김경문 감독은 호주 선발투수부터 경계했다. 캐나다-쿠바전의 필립 오몽(8이닝 2피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처럼 좋은 투수가 좋은 공을 던지면 공략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팀 애서튼은 2018-19시즌 호주프로야구리그(ABL)에서 10경기 7승 무패 평균자책점 2.97을 기록했다. 승리 부문 공동 1위였다. 피안타율 0.208 WHIP 0.97로 안정적인 투구를 펼쳤다. 2017 WBC에도 참가할 정도로 호주 대표팀에서 손꼽히는 ‘에이스’였다.
그래도 ‘긍정적인 이야기’만 하고 싶다던 김 감독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호주 투수가 만만치 않으나 우리 타자들이 잘할 거다. 전력분석도 마쳤으니까 직접 부딪혀서 이겨낼 거다”라고 밝혔다.
김 감독의 바람대로 한국은 애서튼을 끈질기게 괴롭혔다. 1회말 2사 2루 기회를 놓쳤으나 20개의 공을 던지게 했다.
애서튼의 공에 빠르게 익숙해지며 대처했다. 2회말 김재환의 볼넷 출루 후 김현수의 안타(1타점)와 민병헌의 2루타(1타점)로 손쉽게 점수를 뽑았다. 둘 다 애서튼의 초구를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호주 3루수 대릴 조지의 호수비에 막혔으나 양의지의 타구도 예리했다.
호주는 일찌감치 애서튼 카드를 접었다. 2이닝 3피안타 1볼넷 2실점. 스티븐 켄트가 3회말 바통을 받았다.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한국은 3회말 1점을 보탰다. 김하성이 볼넷으로 걸어 나가자, 이정후가 켄트의 초구를 때려 2루타를 날렸다. 포스트시즌에서 너무 많은 안타(19개)를 때려 타격감의 기복이 있다던 이정후는 프리미어12가 개막하자 맹타를 휘둘렀다. 2루타만 2개였다.
김하성의 재치가 돋보였다. 우익수 팀 케넬리의 송구를 1루수 루크 허지스가 놓치자, 재빠르게 홈까지 파고들었다. 상위 타선의 기동력으로 승부수를 띄우겠다던 김 감독의 전략도 맞아떨어졌다.
첫 용병술도 적중했다. 김 감독은 6회말 김재환의 볼넷 후 대주자 김상수 카드를 꺼냈다. 김상수의 ‘발’로 추가 득점을 뽑겠다는 계산이었다. 그리고 김상수는 김현수, 허경민의 연속 안타에 홈을 밟았
승부의 추는 완전히 한국으로 기울었다. 8회말에는 사무엘 스트리스가 제구 난조로 4사구 4개를 남발해 손쉽게 다섯 번째 득점을 올렸다.
소집 후 한 달간 호주전에 집중했던 김경문호였다. 압승이었다. 서서히 감각을 끌어올리더니 호주가 자랑하는 마운드를 무너뜨렸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