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나라 미국에서 대표적인 후진국형 전염병인 홍역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말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 위치한 디즈니랜드에서 첫 홍역환자가 발병한 이후 3일 현재 미국 14개주에 걸쳐 102명의 홍역환자가 발생했다. 전염성이 아주 강하다는 점에서 미국 전역에서 홍역이 창궐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런데 홍역은 100% 예방이 가능한 질병이다. 홍역백신이 있기 때문이다. 홍역백신을 맞으면 홍역항체가 생겨 평생 홍역에 걸리지 않는다. 아무리 빈곤층이라도 미국에서 홍역 백신 접종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처럼 예방가능한 전염병인 홍역이 갑작스레 미국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존재가 된것은 다소 비정상적이다. 그 배경에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백신 안전성 논란이 자리잡고 있다. 과학적으로 아무런 근거가 없지만 홍역 백신이 자폐증 등을 유발하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 그동안 미국내에서 끊이지 않았다. 일부 부모들이 자녀를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홍역 백신을 접종시키지 않는 것은 이때문이다. 백신 안정성을 100% 확신하지 못하기때문에 홍역에 걸리는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펼치는 경우도 있다. 최근 홍역이 확산되면서 홍역 백신 접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이유다.
그러자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와 랜드 폴 상원의원 등 공화당 대권주자들이 홍역백신 접종은 부모들의 자유의지로 결정해야할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반대로 민주당의 유력 대권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국무부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지구는 둥글다. 홍역백신이 안전하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진실”이라며 백신접종을 옹호하고 나섰다. 홍역 백신접종을 놓고 공화·민주 유력 대권주자들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을 빚으면서 홍역 백신이 정치이슈화되는 모습이다.
홍역백신 접종을 둘러싼 공화·민주 양당 대권주자의 의견대립은 기본적으로 정부 역할을 바라보는 양당간 정치철학의 차이때문이다. 공화당은 시장이 효율적이기때문에 시장에 모든것을 맡기고 정부 역할은 최소화하는 한편 개인의 결정에 정부가 간섭해서는 안된다는 작은정부론을 펼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시장실패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개선해야 한다는 큰정부론을 금과옥조로 여겨고 있다. 공화당은 백신접종 의무화를 정부의 과도한 간섭으로 보는 반면 민주당은 일부 자유의지를 침해하더라도 홍역이 창궐, 다른 아동까지 위험에 빠트리는 상황을 방지하자는 공중보건차원에서 백신접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일단 여론의 향배는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는쪽에 맞춰지고 있다. 의학계는 백신접종은 100% 안전하다며 정치인들이 의학계 의견을 존중하고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장을 지양할 것
[뉴욕 = 박봉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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