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이란 단어가 거의 모든 문장에 등장했다.
“우리가 강한 이유는 효율 때문이다. 효율성이 없다면 조직의 생동력이 떨어지고 경쟁력의 칼은 무뎌질 것이다.”
말만이 아니었다. 행동 하나하나에서 효율성을 따지는 것 같았다. ‘도전적인 실적 전망’을 중국어로 어떻게 표현할지 몰라 영어 단어를 쓰자 “영어를 쓰는게 더 효율적일 것 같다”며 영어로 대화를 이어갔다.
‘2015 세계지식포럼·한중 고위기업가포럼’(일명 세계지식포럼 청두)이 열린 중국 청두에서 만난 린빈(林斌) 샤오미(小米) 사장 얘기다.
곱상한 외모는 사진을 통해서도 익숙했지만 실물은 50대를 지척에 두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방금 전까지 대학원 연구실에서 일하다 온 것 같은 앳된 외모는 약간은 창백해보이는 피부 때문에 더 도드라져 보였다. 낮은 목소리에 내성적일 것 같은 외모에서 연 스마트폰 판매랑 6110만대 기업의 사장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샤오미와 미래에 대해 말할 때 그의 목소리는 작지만 강했다. 효율성에 대한 맹신만큼이나 샤오미의 미래에 대한 생각은 단단하게 느껴졌다. 제품 프로모션을 위해 지난달에는 직원들과 함께 상의를 탈의한 채로 베이징 시내를 활보하기도 했다. 샤오미가 하루 스마트폰 판매량 211만대로 기네스북에 오른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올해 실적을 묻자 “매달 600만~7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있다”며 “연간으로는 8000만~1억대 정도를 팔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린 사장의 예상대로 올해 샤오미가 1억대를 판매한다면 전년 대비 판매량은 64% 증가하는 셈이다. ‘엄청난 속도’가 놀라울 뿐이다. 그러나 정작 린 사장은 “작년에 비해서는 성장률이 둔해졌다”며 “100% 성장도 안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비교가 된다는 말에는 “삼성전자는 위대한 기업”이라며 “갤럭시가 출시됐을 때부터 팬이었다”고 추켜세웠다. 다음은 린빈 사장과의 일문일답. 부연 설명이 필요한 내용은 괄호안에 넣었다.
- 샤오미 경쟁력의 원천은 뭔가.
▶효율성이다. 모든 부분에서 효율성을 추구하다보면 누구든 우리처럼 성장할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성장이 정체되는 것은 효율성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 무엇이 효율성을 키우나.
▶단순한 것이다. 효율적이기 위해서는 복잡해서는 안된다. 단순해야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모든 직급이 3 단계 뿐이다. 나와 같은 경영자와 팀리더, 엔지니어 뿐이다. 엔지니어가 나와 얘기하는 중간 과정은 팀리더 뿐이다. 그마저도 건너뛰려면 얼마든지 가능한 얘기다. 우리는 창업을 했을 때는 7명 뿐이었지만 지금은 8000명이 넘는 조직이 됐다. 그러나 우리는 조직을 단순하게 유지하려고 매우 노력하고 있다.
- 쉬운 일인데 왜 대부분 기업이 못하는 것일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일이 생기면 조직이 커지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분업이라는 것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제대로 설계하지 않으면 계속 많은 단계가 생기게 마련이다. 그리고 한번 생겨난 조직의 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보자.(그는 미국 대학원 졸업 후 오랜 기간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했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조직이 엄청나게 커지기 시작했고 둔해져버렸다. 그리고는 스타트업의 생리를 갖추고 있던 구글에 뒤졌다.
- 마이크로소프트(MS)는 요즘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델라 최고경영자(CEO) 취임 후 달라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지난 10년간 고전을 한 뒤에 변화의 절박성을 느낀 것이다. 조직이 한번 커지면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벼랑 끝까지 몰리는 위기를 겪어야 한다. 조직이 비대해지고 관료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매우 슬림하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많은 제품들이 단일 모델이다. 이를 통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린 사장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1995년부터 2006년까지 일하다 구글로 자리를 옮겼다. 구글에서 그의 직책은 중국공정연구원 부원장이었다. 안정적인 직장에 일 역시도 즐거웠다고 한다. 그러다 샤오미로 자리를 옮겼다.)
- 샤오미 창업에 동참한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에서 돌아온 이유와 비슷하다. 뭔가 더 재밌고 큰일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보다는 구글의 중국공정연구가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어보였다. 당시 중국의 발전이 빠른 것도 귀국한 이유 중 하나였다. 사업에 동참한 것 역시 더 큰 일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였다.(샤오미는 레이쥔 회장과 린빈 사장 등이 지난 2010년 창업한 회사다. ‘좁쌀’을 뜻하는 샤오미란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창업을 생각하던날 좁쌀 죽을 먹었던 인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창업 5년을 갓넘긴 샤오미는 스마트폰 1억대 판매를 꿈꾸는 회사가 됐다. 지난해 샤오미의 세전수익은 743억위안이었다. 우리 돈으로 13조원이 넘는 규모다. 창업 5년 만에 세계 스마트폰 제조업체 중 5위다. 2014년 중국 내 제조사별 스마트폰 판매량 순위는 1위로 삼성(2위), 레노버(3위), 애플(4위)을 제쳤다. 지난해 말 월스트리트저널은 샤오미의 기업가치를 460억달러로 평가하며 세계 최대 규모 스타트업이란 칭호를 붙였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스마트폰 판매량은 3억1720만대였다. 샤오미는 종종 삼성전자와 비교를 한다. 지난해엔 레이쥔 회장이 “5~10년 내에 삼성과 애플을 뛰어넘겠다”는 발언을 공식석상에서 내놓기도 했다.)
- 삼성전자와 비교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위대한 기업이다. 큰 규모에도 불구하고 매우 빠르게 효과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이다. 나 역시도 갤럭시폰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팬이었다. 최근에 나온 갤럭시6S나 엣지를 보면서 ‘대단하다(great)’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린 사장은 그러나 삼성전자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더 이상 답을 하지 않았다. 현재 샤오미는 삼성전자에서 많은 부품을 조달하고 있기도 하다. )
- 물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생산관리 능력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우리는 매달 600만~700만대의 스마트폰을 관리한다. 이는 엄청난 규모의 일이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다. 흥행을 위해 물량을 조절한다는 말은 터무니 없는 얘기다. 또 생산관리에 자신이 없다면 해외 확장은 어떻게 하겠는가.(샤오미는 최근 해외 확장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오는 25일부터 미국 시장에서도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는 등 미국, 유럽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 해외 확장이 최근 들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화에 현재 총력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도 진출하고 있지만 중점은 신흥시장 공략이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지역에도 집중하고 있다. 샤오미의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글로벌화는 불가피하다.
- 글로벌화가 되면 조직이 복잡해지고 둔해지는 것 아닌가.
▶미국에 진출하지만 모두 온라인을 통한 직판이다. 내부 의사결정, 외부 유통채널 모두 최소화시키고 효율성을 유지해야 한다.
- 열성 팬을 어떻게 확보했는가.
▶우리는 고객을 하늘이 아니라 친구나 친척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지난주에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했다. 매출을 위해서가 아니라 샤오미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많은 고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고 우리는 고객들과 같이 셀카도 찍었고 밤을 새며 기다리는 직원들에게 간이 침대를 제공하기도 했다. 1000명 정도 되는 고객들에게 음식을 제공했다. 우리가 당신을 ‘돈벌이의 수단’이 아니라 ‘친구’로 본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샤오미에겐 미펀(米粉)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열성적인 고객들이 있다.)
◆린빈 사장은 누구
중국 광저우에서 태어난 린빈(林斌) 샤오미 사장은 올해 우리 나이로 48세다.
광저우시 출신인 그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모두 ‘실험학교’를 다녔다. 실험학교란 우리로 치면 특성화 학교였다. 영어와 수학 등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학교였던 탓에 당시 수업 교재도 홍콩에서 쓰던 영어 책을 사용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 항상 1등을 놓치지 않는 전형적인 수재타입이다. 이후 중산대학을 거쳐 1990년 미국에 건너가 드렉셀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 석사학위를 땄다. 컴퓨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머니가 회사 연수를 다녀오면서 컴퓨터를 들고 온 때부터였다. 생전 들어본 적도 없는 생경한 물건을 본 린 사장은 이내 컴퓨터에 빠져들었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구글 등에서 일했다. 구글에서 일하던 지난 2008년 레이쥔 현 샤오미 회장을 알게 됐다. 레이 회장은 “구글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린빈이었다”며 “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사람이라 자주 만나게 됐다”고 회고한다. 실제로 이후 두 사람은 자주 만나며 일 얘기를 하다 2년 후인 2010년 샤오미를 공동창업하기에 이른다.
린빈 사장은 샤오미의 공동창업자다. 샤오미는 레이쥔(雷軍) 회장을 포함해 7명이 공동창업했다. 그러나 공동 창업자 중에서도 린 사장의 존재는 특별하다. 레이 회장이 가장 먼저 창업을 제안한 사람이 린 사장이었으며 지금도 가장 신뢰하는 인물이 린 사장이다.
매경 청두포럼 연사로 참석한 린 사장과 행사장을 오가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항상 시간에 쫓기면서도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게 응대하며 같이 사진을 찍자는 중국 청년들의 요청도 거절하는 법이 없었다.
전형적인 ‘하이구이(海龜)’인 그는 유학생활과 직장생활을 합해 근 20여년을 영어권에서 생활했다. 하이구이란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중국 엘리트를 뜻한다. 삶의 절반 가까운 기
■ He is···
△1968년생 중국 광저우시 △1990년 중산대학 전자학과 졸업 △1992년 미국 드렉셀대 공대 석사 취득 △1995~2006년 마이크로소프트 프로그래머 △2006~2010년 구글 △2010년 샤오미 공동창업
[청두 = 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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