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관 뇌물 비리에 휘말린 과테말라 대통령이 임기 4개월을 앞두고 불명예 퇴진했다.
오토 페레스 몰리나 과테말라 대통령(64)은 수입 업체들에 세금을 덜어주는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받은 사건에 연루돼 3일(현지시간) 법원에 자진 출두했다고 현지 방송들이 보도했다.
그의 측근인 록사나 발데티 전 부통령은 370만 달러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으며 전·현직 국세청장 등 30명 안팎의 공직자들이 체포되거나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의 정점에 페레스 몰리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페레스 몰리나 대통령은 1일 면책특권이 박탈되고 그 다음날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하자 결국 사임서를 제출했다. 그는 사임서에서 “깨끗한 양심으로 나를 둘러싼 의혹에 정면으로 맞설 것”이라며 “성실하게 법적인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의회는 만장일치로 사임서를 수리했다.
페레스 몰리나는 혐의를 부인하며 변호사를 대동하고 법원에 자진 출석했다. 그는 법원에 출두하면서 기자들에게 “나는 헛소문과 험담, 허위 주장의 피해자”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8만여 건의 전화 감청과 6000여 건의 이메일 조사를 통해 페레스 몰리나가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또 페레스 몰리나가 구속된 전 국세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인사 책임자 교체를 요구하고 해당 인사 책임자도 뇌물 수수 혐의로 체포된 점으로 미뤄볼 때 그가 이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향후 페레스 몰리나의 돈세탁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할 예정이다.
페레스 몰리나는 현재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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