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 대표주자인 브릭스(BRICS)로 주목받던 브라질이 총제적 위기에 빠졌다. 국가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진 데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다시 커지고 있다.
세계 7위 경제대국인 브라질은 풍부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2010년 당시 7%대 고공성장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브라질이야말로 남미의 모범 경제국가라고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그 이면엔 자원에 의존한 취약한 재정과 정·관·재계의 부패 등이 뇌관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자원의존도가 높은 브라질은 2011년 하반기부터 중국발 수요 둔화와 원자재 가격 급락으로 경제 위기에 직면했다. 여기에 국제유가마저 폭락하자 브라질 경제는 곤두박질쳤다. 경제성장률이 급락했고 재정적자가 급속도로 커졌다. 고성장을 이끈 자원이 오히려 국가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자원의 저주’에 걸린 것이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각각 -2.44%와 -0.5%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전망이 맞으면 브라질 경제는 1930년대 초반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강등 이유로 지적한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와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우려 등으로 헤알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인플레이션은 통제 불능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헤알화 가치는 최근 1년새 70%나 떨어졌다. 10일(현지시간) 달러당 3.77헤알을 기록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헤알화 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7월까지 일곱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하지만 올해 브라질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9.29%로 당국이 설정한 억제 상한선 6.5%를 크게 웃돌고 있다.
이처럼 브라질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 비리 스캔들까지 터지자 브라질 국민의 분노가 폭발했다.
페트로브라스는 브라질 국내총생산(GDP)의 13%를 차지하는 남미 최대 기업으로 자원부국 브라질 경제의 심장으로 불렸다. 브라질 정부는 페트로브라스에 남대서양 심해유전 독점개발권을 줬다. 하지만 입찰 과정에서 정·관·재계를 막론하고 막대한 뇌물이 오갔으며 공금 유용과 불법 정치자금 제공 등 각종 비리가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집권 노동자당의 전·현직 정부 인사들도 줄줄이 사건에 연루됐다. 호세프 대통령은 직접 수사 대상에 오르지 않았으나 페트로브라스 회장을 역임한 탓에
[정슬기 기자 /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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