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현지시간) 예정된 그리스 조기 총선에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박빙세가 예상되면서 알렉시스 치프라스 전 총리 운명도 안갯속에 빠졌다.
지난 17일 여론조사기관 알코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치프라스 전 총리가 이끄는 시리자(급진좌파연합) 지지율은 25.3%, 보수우파인 신민당은 25%를 기록해 양 정당간 지지율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일부 설문조사에서는 신민당 지지율이 더 높은 경우도 있다.
지난달 치프라스 사퇴와 동시에 조기 총선을 결정했을 때만 해도 시리자 지지율은 신민당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치프라스는 유럽연합(EU) 채권단과의 구제협상에서 미온한 대응으로 국민 불만이 커지자 신임투표 성격을 겸한 조치 총선을 내세워 정권 복귀를 꿈꿔왔다. 하지만 치프라스 전총리가 수용한 강한 긴축안에 대해 그리스 젊은층 반발이 커지면서 시리자 지지율은 줄곧 하락하고 있다.
신민당은 은행폐쇄 등을 겪으며 보수화된 중도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국회의장 출신의 에반겔로스 메이마라키스(60) 신민당 의원은 지난 14일 TV토론에서 “치프라스가 구제금융을 받은후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면서 “책임을 지지않고 도망가기 위해 조기총선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치프라스의 개인적 악재까지 가세하고 있다. 치프라스 전 총리의 정치적 스승인 알레코스 플램부라리스(77)가 장관으로 재임하면서 기업 주식을 보유해 현행법 위반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는 시리자 도덕성에도 큰 타격을 입히는 것이다.
네오나치 극우정당인 ‘황금새벽당’이 부상하는 것도 시리자의 운신을 폭을 좁히고 있다. 17일 설문조사에서 황금새벽당 지지율은 6.2%에 달해 시리자와 신민당에 이어 세번째로 높았다. 황금새벽당은 그리스로 쏟아지는 난민에 대한 반감을 자극하면서 지지층이 확대되고 있다. 일리아스 카시디아리스 황금새벽당 대변인은 터키에서 출발한 난민들이 가장 먼저 도착하는 코스 섬에서 벌어진 유세에서 “시리자는 코스 섬을 파키스탄으로 만들 것이다. 우리에게 투표
시리자와 신민당의 지지율이 박빙이기 때문에 선거후 제 1당은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다른 정당들과 연정에 나서야 한다. 그리스인들은 이 과정에서 치프라스가 어떤 협상력을 발휘해 예전의 인기를 회복할지 주목하고 있다.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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