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지에서 철도 수주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일본이 이번엔 원자력 발전소 시장을 놓고 양보없는 맞대결을 벌이고 있다.
원전 수출은 안보문제와도 결부돼 있는 미묘한 사안인 만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직접 발벗고 나서는 등 외교역량을 총동원해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영국 정부가 준비중인 3조엔(약 30조원) 규모 원자력발전소 4기 건설 프로젝트 가운데 히타치제작소 등 일본 기업들이 약 1조엔(약 10조원) 규모의 건설·부품·자재를 공급할 예정이다. 원전 프로젝트 전체 공사비 가운데 약 40%를 일본 기업들이 가져가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주일 영국대사관은 이날 도쿄에서 원전 관련 일본 기업 40여개사가 참석한 가운데 원전 프로젝트 설명회를 열었다.
히타치 컨소시엄이 수주한 이번 프로젝트는 일본 기업들이 정식 수주한 해외 첫 원전 사업이다. 2011년 3·11 대지진 이후 원전 신규 건설이 중단돼 어려움을 겪던 일본 원전 관련 기업들이 5년만에 수출활로를 찾은 것이다. 이를 위해 히타치는 2012년 영국 원전업체인 호라이즌뉴클리어파워를 500억엔에 인수한데 이어 2014년에는 뉴제너레이션을 사들이는 등 영국 원전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수년간 공을 들여왔다.
이번 수주는 영국과 중국이 황금 밀월을 과시하며 원전 협력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주목되고 있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0월 영국 방문기간에 남부 힌클리포인트에 건설하는 원전에 중국 기업들이 약 11조원을 투자하기로 합의해 일본을 긴장시켰다. 11조원은 중국 원전기업의 해외투자 사상 최대 규모다.
영국 원전 투자는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해 원전세일즈에 공을 들여온 시진핑 정부의 야심작이다. 시진핑 정부는 2013년 출범 후 기존 저가소비재 위주 수출품목을 해양설비와 원자로 등 고부가가치 장비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중국내에서도 2030년까지 매년 5~6기 원전을 새로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원전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치열한 경쟁은 최근 들어 유럽과 아시아 대륙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지난주 중동 순방에서 시 주석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에서 세일즈외교를 펼쳐 자국산 원전기술 수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원전 분야 국유기업인 중국핵공업집단(CNNC)은 지난 19일 시 주석 방문기간 사우디와 고온 가스냉각 원자로 건설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양측은 향후 사우디 원전 사업에 중국이 자체개발한 신형 원자로를 적극 도입키로 했다. 오는 2032년까지 800억 달러(약96조원)를 투자해 16기 원자로를 건설할 계획인 사우디에서 중국이 일본이나 한국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확보한 셈이다. 시 주석의 이란 방문기간에도 중국은 원전을 비롯한 이란의 인프라 재건 분야에 17개 투자협정을 체결했다. 중국 정부는 앞서 아르헨티나, 케냐 등 경제지원이 필요한 남미 아프리카 등지에서 원전을 잇따라 수주하며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일본 정부도 이에 뒤질세라 아베 총리가 직접 원전 세일즈 외교에 나서면서 맞대응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작년 하반기 인도 방문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원전 협력을 해나가기로 전격 합의했다. 핵확산방지조약(NPT) 비가입국인 인도와의 원전 협력 문호를 넓혀가기로 한 것은 혈맹이라는 인식을 심어줘 원전 뿐 아니라 철도 등 기타 인프라사업 수주에도 후광효과를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베 총리는 베트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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