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6개월여만에 처음으로 심리적 저항선인 배럴당 50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6월에 금리 추가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달러강세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지만 원유재고량 감소와 함께 수요회복 기대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반등세를 지속하고 있다. 다만 내달 2일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정례회의에서 산유량 동결에 실패하고, 금리 추가인상이 현실화되어 달러강세가 심화되면 유가 오름세가 한순간에 꺽일 수 있다는 진단도 적지 않다.
25일(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 시간외 거래에서 브렌트유 7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장중 배럴당 50.08달러를 기록했다. 전장 대비 0.7%가량 오른 것으로 작년 11월 4일 이후 최고치다. 같은 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뉴욕상업거래소 시간외 거래에서 배럴당 49.88달러를 기록, 50달러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 2년 간 바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국제유가는 올들어 중국·인도내 석유수요가 늘면서 큰폭 반등한 상태다. 브렌트유와 WTI 석유가격이 지난 2월 12년래 최저치를 기록했을 때와 대비해 80~85% 폭등한 상태다.
이날 국제원유가격이 시장 전문가들이 ‘심리전 저항선’으로 봤던 배럴당 50달러를 넘어선것은 미국 원유 재고량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감소했기때문이다. 최근 10주 연속 줄어든 미원유 재고량이 지난주 423만배럴 가량 추가적으로 쪼그라들었다. 시장이 예상했던 250만 배럴 감소를 크게 웃돈것은 물론 지난 2014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재고량이 확 줄어들었다. 셰일가스 재고가 크게 줄어든 것은 지난 한해동안 국제원유값이 곤두박질치면서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힘든 셰일업체들이 줄줄이 부도를 낸데다 원유시추시설을 철수하면서 미국내 석유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재고감소와 함께 캐나다 초대형 산불에 따른 원유생산 차질, 나이지리아 원유시설 테러 등이 겹치면서 국제유가 상승에 힘이 실렸다. 대형 산불로 캐나다의 5월 산유량이 줄어들고 아프리카 주요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의 경우, 최근 일평균 생산량이 140만배럴로 올해 고점대비 40%나 급감한 상태다. 국립호주은행의 브야니 라이 에너지분석가는 “생산량 감소로 공급과잉현상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속에 국제 원유시장 수급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도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국, 인도, 러시아의 일평균 원유 수요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일평균 100만 배럴가량 늘었다. 이처럼 수급이 개선되자 지난 1년여간 극도의 유가 비관론을 펼치며 ‘배럴당 20달러’를 점쳤던 골드만삭스도 유가전망치를 배럴당 50달러 이상으로 상향조정한 상태다. 씨티그룹도 원유 등 원자재 가격 반등 전망을 내놨다. 씨티그룹은 “원자재 시장이 최악의 고비를 넘겼다”며 “올 1분기 기록했던 저점수준으로 원자재 가격이 회귀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원유값 오름세가 금속부터 곡물값까지 견인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반면 최근 유가 오름세가 장기적인 추세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는 분석도 여전하다. 국제유가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시장변수가 줄줄이 대기중인데다 근본적인 유가 약세요인인 공급과잉 현상도 해소된 상태가 아니기때문이다. 시장은 내달 2일 열리는 OPEC 회의에서 산유량 동결이나 감산 합의가 이뤄질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이같은 기대가 현실이 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이란은 이번주초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전혀 산유량을 동결시킬 이유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상태다. 또 유가가 오름세를 지속하면 회원국들의 감산·동결 의지 자체가 약해질 수 밖에 없다. 또 산불로 일간 100만 배럴 가량 생산 차질을 빚었던 캐나다 산불사태가 마무리국면에 접어들면서 내주부터 생산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여 원유공급량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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