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경제난에 쓰레기 뒤지는 주민들 "굶어 죽고 말 것"

베네수엘라, 경제난에 쓰레기 뒤지는 주민들 "굶어 죽고 말 것"

↑ 베네수엘라/AP=연합뉴스

한때 남미 최고의 부국이었던 베네수엘라의 국민이 식량을 찾기 위해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지경까지 추락했습니다.

AP통신은 지난 8일(현지시간) 최근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서는 해가 지면 실업자들이 시내 상점에서 버린 썩은 과일이나 채소에서 먹을만한 것을 찾기 위해 노상의 쓰레기 더미로 몰려든다고 전했습니다.

이들 가운데는 실업자뿐 아니라 중소기업 운영자나 대학생, 연금 수급자 등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여기는 이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최근까지 빵집에서 일했던 훌리오 노게라의 경우도 요즘 밤마다 음식을 찾기 위해 쓰레기를 뒤집니다.

곰팡이 핀 감자 더미속에서 감자를 골라내던 노게라는 "음식을 찾기 위해 여기 온다"며 "그렇지 않으면 굶어 죽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숙련된 제빵기사였지만, 지금은 일거리를 찾을 수가 없다"며 이렇게라도 해서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한때 '오일 머니'로 중남미 좌파 국가들을 호령하던 베네수엘라는 유가폭락과 정부의 외환통제 정책, 최악의 물가상승으로 인한 경제난으로 극심한 식량, 생필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옥수숫가루나 기름 등 기본식료품 가격은 다소 안정이 됐지만, 과일이나 채소는 대부분의 주민에게는 구매하기 어려운 사치품이 돼버렸습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과거에도 쓰레기를 뒤지는 이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현상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지 업체인 '베네바로메트로'가 4월 1천20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거의 절반에 이르는 베네수엘라 주민들이 하루 세 끼 식사를 다 할 여력이 없다고 답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직접 먹으려고 쓰레기를 뒤지는 사람들도 있지만, 흠이 난 상품을 되팔아 돈을 벌려는 이들이 더 많습니다.

쓰레기에서 고수 잎과 레몬을 찾던 두 어린 소녀의 어머니 모니카 에스피노사는 이를 통해 그럭저럭 입에 풀칠은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모니카는 아파트를 두 채나 소유하고 있지만, 아이들이 구해온 채소로 소스를 만들어 상점에 내다 팔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일주일에 6달러(약 7천 원) 정도 번다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