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투표 D-1, 아시아 대기업들 '英 직원에 잔류 투표 호소'
↑ 브렉시트 투표 D-1/사진=MBN |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영국에 진출한 아시아 기업들이 영국 내 직원에게 브렉시트 때의 악영향을 경고하며 사실상 '잔류' 투표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국제기구는 물론 저명 경제학자와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나서서 영국이 유럽연합(EU)에 남아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중국·인도·일본 등 아시아 대기업들은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영국에 대한 투자를 거둬들이거나 비용절감에 나서게 될 수 있다며 잔류를 촉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도요타자동차는 20일 영국 법인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어느 쪽에 투표할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긴다"면서도 "이탈하면 매출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가격 인상으로 연결될 우려가 있어 사업상 중대한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고 경고했다고 산케이신문이 22일 전했습니다.
또 "(브렉시트 시) 방대한 비용 삭감을 단행해야 한다"고도 강조했습니다.
도요타는 영국에서 연간 19만대 가량 생산하며 이 가운데 대부분을 EU에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국에서 철강 및 자동차 사업을 하는 인도 타타그룹도 영국 임직원에게 '신중한 결정'을 주문했습니다.
타타그룹 산하의 재규어 랜드로버 랠프 스페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임직원 알림문을 통해 "만약 영국이 EU를 떠난다면 부품을 사는 것이나 우리 제품을 더 큰 시장에 파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직원들이 신중하게 생각하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타타그룹의 영국 사업부문 직원 수는 6만9천 명에 달합니다.
중국 부호들도 브렉시트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홍콩 재벌이자 영국에서 이동통신사 '쓰리'를 소유한 리카싱(李嘉誠) 청쿵프라퍼티 홀딩스(長江實業地産) 회장은 브렉시트가 실현되면 영국에 대한 투자를 줄이겠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현재 리 회장은 영업이익의 37%가량을 영국에 투자해왔습니다.
중국의 왕젠린(王健林) 완다그룹 회장은 최근 영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 기업들도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본사를 옮길 수 있다고도 밝혔습니다.
이들 아시아 기업은 영국을 발판삼아 유럽 시장을 공략해왔기에 누구보다 브렉시트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제기구와 학계, 금융계에서도 브렉시트를 우려하는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호베르투 아제베두 사무총장은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브렉시트가 현실이 될 경우 영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브렉시트가 결정되면 영국과 유럽연합 간의 무역 협상이 이뤄져야 하고 다른 WTO 회원국, EU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었던 국가들과도 다시 협상해야 한다"며 "영국이 장기간의 무역 협상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08년 증시 폭락을 예견했던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와 고용률, 영국 국민의 안녕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영국 경제가 멈춰 서고 불황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브렉시트 이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준비를 마쳐놓은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드라기 총재는 벨기에 브뤼셀 유럽의회에 참석해 "특히 ECB는 영국의 국민투표에 따른 모든 사태에 준비하고 있다"며 "필요한 모든 준비는 마친 사태"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펀드들은 영국에서 자금을 거둬들이고 있습니다.
미국 뮤추얼펀드는 영국 증권시장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 규모)를 지난해 4분기 9.30%에서 올 1분기 8.79%로 낮췄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습니다.
이는 최근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같은 기간 영국에 기반을 둔 글로벌 뮤추얼펀드는 영국 증시에 대한 익스포저를 12.17
리걸 앤 제너럴 투자관리의 존 로 멀티에셋 부문장은 "자신이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불확실성은 가늠하기가 더 어렵다"며 "이 때문에 미국과 (영국이 아닌) 다른 국가 투자자들이 브렉시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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