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이 영국 보수당의 차기 당 대표로 앤드리아 레드솜 에너지 차관을 공식 지지했다.
4일 가디언에 따르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주도했던 존슨 전 런던시장이 레드솜 차관을 지지하면서 차기 총리 자리를 놓고 레드솜 차관과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의 여성 간 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커졌다.
존슨 전 시장은 성명에서 “레드섬은 탈퇴파와 잔류파들을 수주일 또는 수개월 내에 단합시키는 데 필요한 자질을 갖고 있다”면서 “나는 내일 레드섬에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당은 5일 차기 당 대표 후보를 좁히기 위한 1차 투표를 실시한다. 이 투표에서 최저 득표수를 기록한 후보는 탈락한다.
존슨 전 시장은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를 이끌어내면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뒤를 이어 차기 총리로 등극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옥스퍼드대 동문이자 조력자였던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이 마지막 순간에 당 대표 경선에 단독 출마를 선언하면서 존슨 전 시장의 등에 칼을 꽂았다. 이 때문에 결국 불출마를 선언한 존슨 전 시장이 이번에는 레드솜 차관을 공식 지지하면서 고브의 배신에 앙갚음을 했다. 배신에 배신이 이어지는 막장 드라마를 연출한 셈이다.
존슨 전 시장이 레드솜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면서 레드솜은 당내 존슨 지지세력 다수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배신의 아이콘’으로 낙인 찍히며 역풍을 맞은 고브 장관은 앞길이 순탄치 않다. 레드솜 차관이 고브 장관을 꺾고 지지율 2위로 올라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지난 3일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메이 장관은 당내 104명의 지지를 확보해 선두를 달리고 있다. 고브 장관이 27명으로 그 뒤를 이었고, 스티븐 크랩 고용연금장관이 23명, 레드섬 차관 21명, 리엄 폭스 전 국방장관이 11명의 지지를 확보한 상태다.
레드솜 차관이 마지막 2인의 후보로 남을 경우 메이 장관과 여성 후보의 진검승부를 펼치게 된다. 누가 차기 총리가 되더라도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이후 26년 만에 여성 총리
두 후보 모두 금융권 출신이라는 점도 닮은 꼴이다. 메이 장관은 옥스퍼드대에서 지리학을 전공한 뒤 영란은행(BOE)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레드섬 차관은 워릭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바클레이스 은행과 자산운용사 등 금융업계에 25년 간 몸 담았다.
[강다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