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에서 염소 분장을 한 채 3일 간 염소들과 어울려 생활한 영국 연구자, 폴리에스터 합성 섬유로 만든 바지를 입혔을 때 나타나는 쥐의 교미 횟수 변화 등을 연구한 이집트 연구자 등 각 분야의 내로라하는 ‘괴짜 과학자들’이 2016년 이그노벨상(ig Nobel) 수상자로 선정됐다.
하버드대 과학 유머잡지(AIR)은 22일(현지시간) 하버드대에서 올해의 이그노벨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그노벨이란 단어는 ‘있을 것 같지 않은 진짜(Improbable Genuine)’의 앞글자와 노벨상을 결합해 만든 단어다. 1991년 처음 제정된 뒤 올해로 26회를 맞았다. 노벨상 풍자와 더불어 일반인들은 전혀 생각지 못한 기발하고 괴상망측한 호기심과 불굴의 집념을 보인 연구자들의 연구노고를 기리는 상이다.
가짜 염소 팔다리를 만들어 염소처럼 네 발로 걸어다니며 초원에서 염소들과 어울려 3일간 살아 본 영국의 토머스 트워이츠, 오소리, 수달, 사슴, 여우, 새 등 각종 동물로 살아 본 옥스포드대 찰스 포스터 연구원이 생물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시상식에 참석한 트워이츠는 직접 만든 염소다리를 착용한 채 염소처럼 네 발로 기어나와 큰 박수를 받았다.
2007년 고인이 된 이집트 카이로대 아프메드 샤피크 교수는 쥐에 바지를 입혔을 때 쥐들의 교미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연구해 생식상을 수상했다. 샤피크는 폴리에스터·폴리에스터 합성 섬유로 된 바지를 입힌 쥐들의 교미 횟수가 상대적으로 위축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으며 이를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란 결론으로 연구를 마무리지었다.
이그노벨상에선 노벨상처럼 과학만이 아닌 문학상도 수여된다. 스웨덴 작가 프레드리크 쇼베르그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쇼베르그는 ‘죽은 파리와 아직 죽지 않은 파리를 수집하는 즐거움’에 대해 3권의 자서전을 발간했다. 쇼베르그는 시리즈 첫번째 책의 제목을 ‘파리지옥(The Fly Trap)’으로 지어 그의 유머감각을 보여주기도 했다.
왼팔이 가려울 땐 어떻게 해야할까에 대한 질문에 답을 제시한 독일 연구팀은 의학상을 수상했다.
안드레아스 슈프렌거, 토마스 뮌테 등 뤼베크대 연구팀은 왼팔이 가려울 땐 거울을 보고 오른팔을 긁으면 가려움증이 해결되고 오른팔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슈프렝어는 “가려워도 긁을 수 없는 피부병이 있는 경우 거울을 보고 반대편을 긁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고 의의를 밝혔다.
배기가스 배출량 조작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폭스바겐도 영예의(?) 수상자 대열에 합류했다.
주최측은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량 시험을 할 때 자동적, 전기기계적으로 배출가스가 적게 나오도록 해결한 공로를 인정해 폭스바겐에 화학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풍자적 의미가 담긴 만큼 폭스바겐은 시상식 현장에 오지 않았다.
심리학상에는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등 공동연구팀이 선정됐다. 이들은 수천명의 거짓말쟁이들에게 그들이 평소 얼마나 자주 거짓말을
주최측은 각 부문별 수상자들에게 10조 ‘짐바브웨’달러를 상금으로 지급했다. 짐바브웨 달러는 휴지조각으로 불린다. 짐바브웨의 초인플레이션 상태로 인해 통화가치가 급속도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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