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개표 결과 '역대급 비호감' 후보 트럼프의 선전…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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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대선 개표 / 사진=연합뉴스 |
드디어 역사적인 선택의 날이 찾아왔습니다.
미국 국민들은 8일(현지시간) 뉴햄프셔 주(州)의 작은 산골마을 딕스빌 노치를 시작으로, 미 전역에서 제45대 미국 대통령을 뽑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합니다.
이날 투표 결과에 따라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이냐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냐가 결정됩니다. 승자는 내년 1월 20일 취임식을 갖고 향후 4년 동안 세계 최강 '미국호(號)'를 이끌 키를 잡습니다.
역대로 대선이 끝나면 승자와 패자가 하나가 돼 새로운 미국의 출범을 축하합니다.
공화당의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이 1992년 대선에서 패배해 이듬해 1월 백악관을 떠나기 전 후임자인 민주당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남긴 '품격있는 편지'가 대표적입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빌에게'(Dear Bill)로 시작하는 편지에서 "이 글을 읽을 때쯤이면 당신은 우리의 대통령이 돼 있을 것이다. 당신이 이곳에서 엄청난 행복을 느끼고, 당신의 가족들이 모두 잘 지내기를 바란다"면서 "당신의 성공이 곧 우리나라의 성공이며 난 당신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두 사람이 치열했던 선거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털고 진정으로 하나가 된 순간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아름다운 광경'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여성과 남성', '주류 정치인과 아웃사이더' 등 미 정치역사상 전례 없는 대결 구도 만큼이나 미국 국민을 실망하게 한 부정적 사건들이 쏟아졌기 때문입니다.
국무장관 시절 국가기밀을 개인 이메일로 주고받은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 저속한 표현으로 유부녀 경험을 자랑하는 트럼프의 11년 전 '음담패설 녹음파일', 클린턴재단의 외국인 기부금 부적절 수령 및 로비창구 전락 의혹, 법망을 교묘히 활용한 트럼프의 연방소득세 납세회피 의혹 등 하루가 멀다고 터져 나오는 각종 스캔들과 이를 둘러싼 저질 공격은 유권자들의 불신과 정치 혐오증만 더욱 키웠습니다.
두 사람이 연일 상대의 약점들을 고리 삼아 서로 '사기꾼이다', '대통령 자질이 없다'고 비판하고 이것이 각자 지지층에 그대로 확대 전파되면서 양측 지지자들은 이미 감정적으로 서로 하나가 될 수 없을 만큼 분열된 상태입니다.
클린턴을 '악마', '사기꾼', '범죄자'로 규정한 트럼프의 발언이나 트럼프를 '대체현실 속 인간', '음담패설 그 자체' 등으로 몰아세운 클린턴의 언급 모두 미국 국민을 극심한 분열과 갈등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유세장 폭력 사태는 기본이고 트럼프의 강경 지지자들 사이에선 '클린턴을 감옥으로', '유혈 쿠데타' 등의 막말이 쏟아져나오기도 했습니다.
트럼프가 선거전략 차원에서 활용해 온 멕시코 이민자 범죄자 취급 발언과 모든 무슬림 입국금지 공약 역시 '인종의 용광로'라 불리는 미국 사회에 커다란 불신의 벽을 만들었습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폴리티코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 언론이 이번 대선을 '역사상 가장 추잡한 선거', '가장 어두운 선거'라고 일갈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입니다.
이 때문에 대선 이후 미국의 통합이 요원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고, 미국 국민들 역시 비슷한 시각을 보이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NYT)와 CBS방송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2%가 이번 선거에 신물이 난다며 극도의 거부감을 보인 가운데 클린턴이 사회통합을 끌어낼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0%에 그쳤고, 트럼프에 대해서는 이보다도 낮은 34%에 머물렀습니다.
클린턴과 트럼프의 대통령 자질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각각 44%, 56%에 달했습니다.
또 NBC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여론조사(10월3∼5일·1천282명)에서도 응답자의 23%만이 새 대통령이 미국을 통합시킬 것이라고 답했을 뿐 64%는 미국을 오히려 더 분열시킬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번 선거로 인해 '이전보다 미국이 덜 자랑스러워졌다'는 응답도 62%에 달했습니다. 이는 2008년과 2012년 대선 당시의 12%에 비해 5배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여론조사 전문가 피터 하트는 이런 결과에 대해 "이번 대선이 희망보다는 공포를 조장한 데 따른 결과"고 지적했습니다.
50%, 60%를 각각 넘나드는 역대급 비호감 후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는 두 사람 중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결코 국민통합의 큰 난제를 풀어내기가 쉽지 않음을 방증하는 것입니다.
더욱이 클린턴 당선 시 트럼프가 불복해 무효소송까지 불사할 것으로 보여 자칫 대선 이후 미국은 더욱 혼란스러워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트럼프는 선거 막판 부정적한 언론에 의한 선거조작과 투표장에서의 투표 사기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의심스러운 결과가 나올 경우 소송을 하겠다는 방침을 수차례 내비친 상태입니다.
트럼프 지지자의 27%(NYT-CBS 여론조사)도 클린턴이 승리하는 대선 결과에 불복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공화당 소속 마이클 매콜(텍사스) 미 하원 국토안보위원장은 지난 2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클린턴이 이긴다고 가정해도 이메일 스캔들 수사는 계속 진행될 것이고 기소도 임박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시점이 되면 헌법에 따라 하원에서 탄핵 심판에 들어가게 될 수 있다"면서 "그 사안이 (하원을 거쳐) 상원으로 올라가고 탄핵 절차가 진행되면 강제 퇴위가 일어날 수 있다"며 탄핵 가능성까지 언급한 상태입니다.
트럼프의 불복과 별개로 클린턴이 선거 막판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발표로 자신을 위기로 내몬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에 대한 정치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민주-공화 양당 간의 갈등이 격화 속이 정국은 더욱 혼란스러워질 공산이 큽니다.
트럼프 승리 시에도 심각한 불신과 사회혼란은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입니다.
클린턴 지지자의 11%도 트럼프가 승리하는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세입니다.
만약 트럼프가 '집권 시 이메일 스캔들을 재수사해 클린턴을 감옥에 보내겠다'는 발언을 실천에 옮길 경우 클린턴 지지층의 반발 속에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소지가 농후합니다.
트럼프와 공화당은 FBI가 대선을 이틀 앞둔 지난 6일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에 대해서도 무혐의 종결처리를 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클린턴은 유죄다. 지금은 완전히 조작된 시스템에 의해 보호받고 있지만 결국 FBI가 그녀의 범죄를 그냥 두지 않을 것"이라며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클린턴과 민주당 진영에서도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트럼프대학' 사기 사건과 관련해 트럼프 수사, 의회 청문회 등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2004년부터 5년 동안 운영된 트럼프대학은 이름과 달리 대학 인가를 받지 않은 채 트럼프가 직접 고른 부동산 전문가들이 미 전역의 호텔 연회장 같은 곳에서 부동산 투자 비법 실무연수회를 연 것으
NYT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 언론은 대선 이후가 더 걱정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고, 특히 의회전문지 더 힐은 클린턴과 트럼프 누가 되든 두 사람 모두 밀월 관계없이 '수사 압박' 속에 취임 첫해를 보낼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