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 철거를 거듭 요구하며 연일 적반하장식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탄핵정국으로 한국의 리더십이 부재한 틈을 타 국제사회 여론을 호도하고 뒤통수를 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9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 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 부산총영사가 본국으로 일시 귀국했다. 주한 일본대사의 본국 소환은 지난 2012년 8월 이후 4년 반만이다. 이날 오후 하네다공항에 도착한 나가미네 대사는 굳은 표정을 지으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지 ?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나가미네 대사는 11일 체코 출장에서 돌아오는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에 상황을 보고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출국 전 김포공항에서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는 매우 유감"이라고 거듭 밝혔다. 그는 "(소녀상 설치에 대항해) 일본 정부는 6일 관련 조치를 발표했고 저와 모리모토 총영사의 일시 귀국이 포함돼 있다"며 "일본에서 관계자와 회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도 국제 여론전을 강화하며 긴장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아베 총리가 전날 방송에서 "일본은 (위안부 합의에 따라)10억엔을 냈으니 한국이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이날 체코를 방문중인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기자들에게 "위안부 합의가 많은 나라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압박에 가세했다. 기시다 외무상 역시 일본이 이미 10억엔을 출연한 사실을 거듭 강조하며 "한국도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본측은 '10억엔 출연' 사실을 집중 언급하며 한국이 돈을 받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신용없는 나라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하는 분위기다. 가해자인 일본이 오히려 피해자인양 국제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위안부 합의 정신을 먼저 훼손한 것은 오히려 일본측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위안부 합의 당시 일본 정부는 '군의 관여'를 인정했지만, 이후에도 줄곧 "강제연행은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아베 총리는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사죄편지에 대해 "털끝만큼도 그럴 생각이 없다"고 언급해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는 '총리의 사죄'를 담은 위안부 합의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이를 감안할 때 일본측이 부산 총영사관 앞에 소녀상이 설치된 지 일주일 이상이 지난 6일부터 기다렸다는 듯이 '10억엔'을 전면에 내세우며 공세에 나서고 있는 것은 한국의 리더십 부재를 틈탄 계산된 행동이라는 분석이다. 위안부 문제뿐 아니라 한일 군사정보교환협정을 체결한 이후 방위상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등 한국을 철저히 무시하는 행보를 보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아베 정권의 이같은 막무가네식 공세에는 다목적 포석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푸틴 정권과의 북방영토 협상, 미국 트럼프 정권과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협상 등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지지기반인 우익의 불만을 달래고 결집시키기 위해 강도높은 공세를 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 탄핵정국으로 일사불란하게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도 노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일본측이 미국의 지지를 빌미삼아 공세를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당장 오는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서울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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