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생산된 차량에 고율의 관세를 물리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으름장에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잇따라 굴복하고 있다. 이들이 앞다퉈 환심성 미국 투자 계획을 내놓자 트럼프도 그제서야 만족하는 기색이다.
일본 도요타의 도요다 아키오 회장은 9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향후 5년 간 미국에 100억달러(12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직접 밝혔다. 일본 교도 통신은 이를 두고 "트럼프의 압력에 응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5일 트위터에 "도요타가 멕시코 바하지역에 미국 수출용 코롤라 생산공장을 건설하려 한다"며 "절대 안 된다!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을 거면 막대한 국경세를 내라"고 도요타를 압박한 바 있다.
미국 포드의 마크 필즈 CEO도 이날 모터쇼에서 새 레인저 픽업트럭과 브롱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출시한다며 이들 차종이 미시간주에 새로 지을 공장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포드는 지난 3일 트럼프의 트위터 공격을 받은 후 16억달러 규모의 멕시코 공장 신설 계획을 포기하고 대신 미시간주에 7억달러를 들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밖에도 많은 자동차 기업들이 미국 투자 계획을 부각하며 트럼프 환심 사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 다임러의 디터 제체 CEO는 8일 미국 앨라배마 공장 생산 확대에 13억달러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피아트크라이슬러(FCA) 역시 같은날 미국 미시간주와 오하이오주에서 공장 현대화에 10억달러를 투자하고 2000명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트럼프는 이같은 자동차 업계의 변화에 흡족한 모습이다. 트럼프는 9일 트위터에 포드와 FCA의 투자계획을 언급하면서 "포드와 피아트에 고맙다"고 글을 올렸다.
이같은 움직임은 한국의 현대기아차에게도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조만간 현대기아차 역시 모종의 반응을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그간 "트럼프의 압박과 미국 투자 계획은 서로 상관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이번 모터쇼를 기점으로 슬슬 둘 사이의 상관관계를 인정하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 짐 렌츠 도요타 북미법인장은 "트럼프의 국경세가 차량 비용을 올려 자동차 업계 고용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세르조 마르키온네 FCA CEO도 "트럼프가 말하는 수준의 관세가 부과되면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것 자체가 손해이며 공장이 철수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입장을 유보한 자동차기업들도 있었다. 하치고 다카히로 혼다 사장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멕시코 공
[박대의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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