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프로 비즈니스(기업 친화)' 정책이 미국 본토를 달구고 있다.
오바마케어 폐지, 물고문, 멕시코 장벽 등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초반부터 좌충우돌하는 정치적 행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작 송유관 건설, 기업 규제 축소, 세금 감면 등 친기업 행보에 대해선 기대가 높아지는 양면성이 드러나고 있다.
25일(미국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155.80포인트(0.78%) 상승한 2만68.51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 2만선 돌파는 사상 처음이다. 지난해 11월 8일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이후 다우지수는 '트럼프 랠리'를 거듭하면서 9.5% 올랐다. 지난해 11월 22일 미 다우지수가 사상 첫 1만9000선을 돌파한데 이어 불과 42거래일 만인 이달 25일 2만선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은 다우지수 2만선 돌파 배경에 대해 "미국의 경제 펀더멘털 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면서 "투자자들이 경제의 하방 리스크 보다 상향 가능성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마디로 트럼프 당선 이후 현재까지 트럼프 랠리가 진행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프로 비즈니스' 정책에 대한 월스트리트의 기대가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를 억누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취임하자마자 몇개의 행정명령을 연쇄적으로 발동해 빠른 속도로 경제활성화의 시동을 걸었다. 월가에선 새 대통령이 예상보다 신속하게 정책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고 이는 한때 주춤했던 미 3대 증시를 다시 견인했다.
월가 금융기관의 한 인사는 "낮은 실업률과 꾸준한 일자리, 견조한 소비심리 등 미국 경제가 건전하다는걸 보여주는 경제지표가 계속 나오고 있다"면서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성장 주도 정책이 시장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키스톤 XL 송유관과 다코타 대형 송유관 등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승인을 거부해온 2대 송유관 신설 프로젝트를 재협상하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환경 영향을 우려해 오바마 정부 내내 제동이 걸려 있던 2개 사업이다. 한마디로 '환경보호보다는 경제성장'이란 사인을 시장에 강력하게 어필한 셈이다.
또한 트럼프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규제 축소와 세금 혜택을 거듭 약속했다. 피터 카르딜로 퍼스트스탠다드파이낸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CNBC에 "트럼프가 서명한 행정명령이 미국의 규제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트럼프의 취임 당일 백악관 홈페이지에 10년간 25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연 4%의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취임 비전을 띄웠다. 성장과 일자리를 최우선에 두겠다는 포부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사실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시장 일각에선 "트럼프의 경제활성화 정책이 미국의 인플레이션만 자극할 뿐 경제성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부각되기도 했다. 이는 작년 12월 중순 이후 미 증시를 횡보하게 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역시 트럼프 당선 이후 '트럼프노믹스'가 미 경제성장에 끼칠 영향을 거의 반영하지 않은 수치를 제시하면서 중립적인 태도를 취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오는 27일(현지시간) 발표될 미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는 2.2%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3분기의 3.5% 보다 꽤 둔화된 수준이다. 그럼에도 새 정부에 대한 시장의 환호를 이끌어낸건 트럼프의 일관된 프로 비즈니스 행보라는 점에 별다른 이견이 없다.
물론 트럼프노믹스가 장미빛 일색은 아니다.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트럼프의 보호무역 기조는 미국 기업들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외국산 제품에 대해 고관세 장벽을 쳐 인위적으로 무역 흑자를 유도하는건 달러 강세와 수입물가 상승을 자극해 수출기업과 소비자를 힘들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론 트럼프 정책이 경제성장과 주가상승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미 기성 언론과 정치권을 향해 대립각을 세우는 트럼프의 돌발 행동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감세·규제완화 정책이 추진 과정에서 적잖은 저항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개별기업은 실적과 주가로 트럼프노믹스에 반응하고 있다. 트럼프 랠리를 이끈 1등 공신은 골드만삭스로 트럼프 당선 이후 골드만삭스 주가는 30.4%나 급등해 다우지수 2만 돌파에 가장 많이 기여했다. 향후 미 경제성장과 금리인상 속도가 한층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은 물론 금융규제완화에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 등 금융주 실적이 호조세를 이어가는 것도 트럼프
앞으로 트럼프 정부가 인프라스트럭처 투자와 규제완화, 감세에 대한 조치를 가시화할 경우 증시는 호응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이 과정에서 트럼프가 좌충우돌하면서 시장 불확실성을 높이게 되면 증시는 다시 비관적으로 돌변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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