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법부를 우회할 새로운 반이민 행정명령을 이번주 중 꺼내들 태세다.
종전의 반이민 조치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자 새로운 루트를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로 이동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반이민 행정명령을 둘러싼 법정 공방을 이길 자신이 있다면서도 "새로운 행정명령을 포함해 다른 많은 옵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 반이민 행정명령의 내용에 대해 "처음 행정명령과 아주 조금 다를 것"이라며 오는 13일 또는 14일께 발동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같은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법원 결정을 우회하면서 새 행정명령을 통해 반이민정책의 기조를 이어가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시애틀 연방지방법원이 지난 3일 이슬람권 7개국에 대한 반이민 행정명령의 시행을 중지하라고 결정한 데 이어 9일 샌프란시스코 제9연방항소법원도 행정명령의 효력을 되살려달라는 항고를 기각했다.
트럼프의 반이민 압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지난주 미국 6개주에서 불법체류자에 대한 대규모 단속에 나서 수백 명을 체포했다고 CNN 등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토안보부는 이번 단속이 통상적인 법 집행 차원이라고 말했지만 미국 이민사회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불법체류자 300만명 추방을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칼을 뽑아든 신호탄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이민세관단속국 관리들은 불법체류자의 집과 일터를 급습했으며 애틀랜타, 시카고, 뉴욕, 로스앤젤레스.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6개 지역에서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색출 작업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 등 캘리포니아 남부지역에서 체포된 불법체류자 161명 중에는 범죄경력이 있는 사람이 150명 안팎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으며 이들 중 이미 30여명이 멕시코로 추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6개 지역뿐 아니라 플로리다, 캔자스, 텍사스, 버지니아 북부에서도 강도 높은 불법체류자 단속이 실시되고 있다는 주장도 불거졌다. 멕시코 외교부는 미국에서 추방된 멕시코 여성 과달루페 가르시아 데 라요스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미국 내 모든 멕시코인은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물론 이같은 추방 사례는 종전에도 있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중 불법체류자 200만명 이상을 추방했고 연간 최다 추방자 수는 2012년의 40만9000명이었다. 하지만 이민사회 일각에선 트럼프 정부 첫 단속 범위와 강도가 종전 수준을 뛰어넘는 것으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반이민·반무슬림 색채를 드러낸 트럼프 행정부에 반발해 최소 4곳의 미국 비영리 무슬림단체가 연방 지원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이슬람대학인 바얀 클레어먼트는 10일 성명을 통해 "정부와 계속 일해야겠지만 지금과 같은 반무슬림 분위기에선 도의적으로 자금을 받을
'역사의 종언'을 주장한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 스탠퍼드대 교수는 최근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하면서 "솔직히 트럼프보다 대통령이 되기에 인성이 부적합하다고 생각한 인물을 만나본 적이 없다"며 트럼프의 불안정한 성품 때문에 민주주의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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