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의 내통설이 제기되며 정치적 수세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의 국정난맥상을 언론의 편향된 보도와 정보기관의 기밀 유출, 그리고 오바마 정부의 잘못된 운영 탓으로 돌리며 불만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알렉산더 아코스타 새 노동장관 후보를 소개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가 기자들의 질문에 스스로 흥분해 호통과 불만, 분노로 가득찬 75분간의 회견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인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러시아와의 내통 의혹으로 사임한 것에 대해 언론이 고의로 만들어 낸 '가짜 뉴스' 때문이라며 언론 탓을 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와의 내통 의혹을 지적해 온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을 거명하며 "뉴스는 모두 가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CNN 기자가 "대통령께서 우리 회사를 '가짜뉴스'라고 했다"고 하자 말을 가로채며 "말을 바꾸겠다. '진짜(very) 가짜뉴스'"라고 면박을 줬다.
플린 전 보좌관이 주미 러시아 대사와 전화통화를 한 사실에 대해서는 "중요한 것은 정보기관에서 기밀 정보가 언론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사실"이라며 "언론이 기밀이 유출된 것은 엄연한 범죄행위"라고 논점을 흐렸다. 플린 전 보좌관이 러시아 측과 접촉한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한 채 "기밀 정보를 유출한 자를 반드시 찾아내 엄벌할 것"이라며 "불법으로 유출된 정보를 보도한 언론들도 문제"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난장판(mess)'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국내외에서 발생한 모든 문제의 책임을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돌렸다.
이어 "난장판을 물려받았지만 지금 정부는 기계처럼 잘 돌아간다"며 "이렇게 짧은 시간에 많은 걸 해낸 대통령은 아마도 유례가 없을 것"이라고 자화자찬을 했다.
회견 도중 한 흑인 여기자가 "도심 빈민가 문제 해결을 위해 흑인·히스패닉 의원 모임도 참여시킬 것이냐"고 묻자 "그들이 당신의 친구냐. 만남을 주선해 달라"고 말해 인종차별 논란도 낳았다.
이에 대해 미국 주요 언론과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다.
회견 직후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일제히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CNN 방송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통령의 거친 기자회견"이라고 했으며 워싱턴포스트(WP)는 "대통령이 모든 사안에 대해 불만으로 가득했다"고 비판했다. NYT는 "비정상적으로 원색적이고 분노에 찬 방어였다"고 비난했다.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7∼12일 15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39%에 그쳤다.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첫해 2월 국정 지지도를 보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64%,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53%,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56%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낮다.
또 WSJ는 익명의 정보기관 요원들을 인용해 미국 정보기관들이 적대국에게 관련 정보가 흘러들어가거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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