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사가 늦어지면서 미국 행정부의 업무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미국 정부 핵심 부처인 국무부 국방부 재무부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2개월이 가까워오지만 부장관 인선이 여태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았다.
1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행정부 내 500여개 주요 직책 인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 부장관이 최근에야 지명돼 상원 청문회를 했고, 토드 리케츠 상무 부장관, 일라이언 듀크 국토안보 부장관, 제프리 로젠 교통 부장관이 상원 인준을 기다리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취임 당일 국무 부장관, 국방 부장관을 지명했었다.
부장관 인선이 늦어지면서 이하 차관 차관보 국장급 인사도 줄줄이 대기 상태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지명을 마치고 상원 인준절차를 기다리고 있는 인원은 36명으로 오바마 전 대통령의 2009년 취임 당시와 비교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지난 5일까지 정부윤리청에 재산공개보고서가 접수된 공직자 후보는 63명이다. 오바마 정부의 같은 시기에는 228명이 보고서를 제출했었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과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압박 등 한반도를 둘러싼 기류가 심상치않게 돌아가고 있지만 한반도라인 인사가 '오리무중'이어서 대북정책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반도라인 3대 핵심 직책은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국방부 아태차관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이다.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대니얼 러셀 전 차관보가 퇴임한 후 수전 손턴 수석부차관보가 대행 중이다. 렉스 틸러슨 장관이 뒤늦게 취임한 후 부장관 차관 차관보 등 후속 인사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손턴 대행은 새 차관보가 임명될 때까지 임시로 자리를 지키는 정도다.
국방부 아태차관보 역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백악관 사이에 인선 알력이 일면서 인사가 늦어지고 있다. 매튜 포팅어 백악관 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일찌감이 임명됐지만 마이클 플린 NSC보좌관이 조기에 낙마하고 허버트 맥매스터 보좌관이 새로 취임하면서 업무공백이 생겼다.
주 한국 미국대사는 마크 리퍼트 대사가 지난 1월 사임한 후 두 달째 공석이고, 로버트 킹 전 북한인권특사 역시 트럼프 정부 출범과 함께 물러난 후 후속 인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니콜라스 번스 전 국무부 관리는 "공직인선이 이처럼 느린 정권을 본 적이 없다"며 "세계는 빠르게 돌아가는데 미국 정부는 곳곳이 공백"이라고 우려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케어 폐지, 통상전쟁 선포, 반이민행정명령 강행 등 갈등 요소가 많은 정책들을 추진
CNN은 민주당의 인준 방해 때문에 인선이 늦어지고 있다는 백악관의 해명에 대해 상원 인준이 필요없는 자리도 인선을 못하고 있다며 트럼프 정권의 준비가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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