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독일 총선을 앞두고 치러진 주의회 선거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이 마르틴 슐츠로 대표되는 사회민주당에 압승을 거둬 첫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최근 들어 다소 낮아진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메르켈 총리의 저력을 무시할 수 없음을 보여준 결과다.
26일(현지시간) 독일 자를란트 주 의회 선거에서 기민당은 40.7%의 득표율을 받아 29.6%에 그친 사민당을 크게 앞질렀다. 프랑스 국경에 접한 자를란트는 독일 최소 인구주이고 유권자도 80만 명에 불과하지만 이번 주의회 선거는 9월 총선 전 세차례 예정된 주의회 선거 중 처음 치러지는 것이라 특별한 관심이 쏠렸다.
이번 선거가 치러지기 직전까지만 해도 기민당은 지지율에서 사민당보다 3~4%포인트 밖에 앞서고 있지 않았다.
슐츠가 만장일치로 사민당 총리 후보가 되면서 '슐츠 효과'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슐츠 효과는 생각보다 크게 발휘되지 않았고 기민당과 메르켈 총리의 저력은 여전했다. 메르켈 총리와 기민당은 재반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기민당이 큰 승리를 거두게 된 데는 선거최고후보로 나선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현 주 총리의 인기도 한 몫을 했다. 그는 주 총리로서 안정적 리더십을 보여주며 긍정적 평가를 받아온 인물로, '리틀 메르켈(Mini-Merkel)'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카레바우어는 당선 소감을 밝히며 "사민당 등 좌파의 약진에 위협을 느낀 유권자들이 우리에게 표를 많이 던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민당 입장에서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남은 두 개의 주 의회
오는 5월 7일 치러지는 슐리스비히홀슈타인 주의회선거에서는 유권자가 290만명, 같은 달 14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회선거에서는 유권자가 1800만 명에 달한다. 두 곳 모두에서 사민당이 기민당을 앞서는 흐름이다.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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