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8일 조기총선' 승부수로 지난 18일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든 테리사 메이 총리의 속내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 파트너인 EU도, 노동당 등 야당이 아닌 보수당 내 강경파 축출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당내 기반이 취약한 메이 총리로서는 브렉시트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은 강경파를 구축함으로써 온전한 '하드 브렉시트(EU와의 완전한 결별)' 로드맵을 완성하려한다는 관측이다. 다만 '리그렉시트(브렉시트 후퇴)' 후폭풍 가능성은 메이 총리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9일 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메이 총리의 조기총선 발표에 대해 집권 보수당 내의 권력투쟁으로 분석했다.
그동안 메이 총리는 '조기총선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메이 총리는 지난해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사임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공백으로 인한 '소방수'라는 위치에 머물러 있다. 당초 2020년 차기 총선까지 집권 보수당을 이끌어야 하는 메이 총리로서는 당내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브렉시트 협상은 난망한 상황이었다.
노동당 등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는 메이 총리 리더십에 흠집을 놨다.
특히 보수당 내 강경파들은 EU와 온전한 협상(big deal)이 되지 않을 경우 아예 판을 걷어치우자는 전략(no deal)을 주장함에 따라 메이 총리에게 걸림돌로 작용하고 았다. 강경파들의 돌출발언 등이 자칫 영국 정부 입장으로 비춰져 EU와의 협상에 있어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더욱이 메이 총리는 내분으로 지지도가 추락하고 있는 노동당 상황으로 볼 때 온전하게 보수당을 '장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보수당 당수로서 당내 기반이 취약한 메이 총리로서는 조기총선을 통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이라는 타이틀이 필요하다. 휴가 직후 메이 총리가 당내 의견수렴 없이 각료회의 후 '기습 기자회견'을 한 것도 보수당 내 이견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지난해 당내 선거에서 이변을 일으키며 당선된 메이 총리가 6월 총선을 승리로 이끈다면 명실상부한 '제2의 대처'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한편 메이 총리의 조기총선 발표에 대해 EU는 상대적으로 담담하다.
메이 총리의 조기총선 카드가 EU와의 갈등 격화가 아닌 영국 내부 문제라는 점을 방증한다. 메이 총리는 조기총선 기자회견 후 주요 EU 관계자들과 전화통화해 이러한 점을 강조, 브렉시트 협상에 있어 차질이 없다고 양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투스크 EU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조기총선과 관련) 메이 총리와 아주 좋은 통화를 했다"고 올려 이에 대한 분석에 무게 실어줬다. 시그마 가브리엘 독일 외무장관도 영국 조기총선으로 브렉시트 협상이 더욱 "명료해지길 기대한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하지만 지난해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52대 48로 가까스로 가결된 점을 감안하면 '리그렉시트' 가능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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