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현지시간) 이란 대선을 목전에 두고 강경보수파 후보단일화가 성사됨에 따라 개혁파인 하산 로하니 현 대통령의 재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보수 후보가 당선될 경우 가뜩이나 좋지 않은 미국과의 관계가 더욱 악화하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국가들과 마찰이 예상돼 중동평화가 예측불허의 혼란으로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선을 불과 나흘 앞둔 지난 15일 강경파 유력 후보인 모하마드 바게르 칼리바프 테헤란 시장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검사 출신 성직자 에브라힘 라이시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면서 전격 사퇴했다.
6명이 출마한 이번 대선 판도는 로하니 대통령, 라이시 후보, 칼리바프 시장의 3파전이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로하니 대통령이 42% 지지로 선두였고, 라이시와 칼리바프 시장이 각각 27%, 25%로 뒤를 이었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40%대 지지율을 굳게 고수한 로하니 대통령의 재선이 유력한 상황이었지만 칼리바프 시장이 사퇴함에 따라 라이시의 당선 가능성에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13년 대선에 출마했다가 로하니 대통령에게 패했던 칼리바프 시장은 이번 대선에서도 당선 가능성이 낮아지자 후보 사퇴 카드를 던졌다. 칼리바프 시장은 사퇴의 변에서 "현재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국민의 이익을 보존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현 판도를 바꾸는 방법 외에는 없다"고 밝혔다. 개혁파인 로하니 대통령의 당선을 두고볼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로하니 대통령에게 이번 대선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그가 가장 먼저 맞닥뜨린 것은 이란 핵협상 타결로 지난해 1월 서방의 경제제재가 해제됐지만 경제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집계한 이란의 실업률은 지난해 말 12.4%로 전년대비 0.7% 상승했다. 올해 말 예상 실업률도 12.6%로 추정된다. 금융 및 인권, 탄도미사일 개발 등 각종 제재가 유효해 '반쪽짜리 해제'라는 비판이 로하니 대통령을 괴롭혔다. 경제제재 해제에 대한 기대감으로 유권자들은 지난해 5월 총선에서 개혁파에 과반의 승리를 안겨줬지만, 참담한 경제성적표에 등을 돌리는 상황이다.
특히 대선 투표 당일 이란과 적대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을 순방한다는 점도 로하니 대통령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이란 핵협상에 대해 "끔찍한 합의이자 내가 본 가운데 가장 나쁜 합의"라고 규정하며 재협상 의지를 표명했다.
취임 후 첫 해외순방지로 중동을 택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구나 이슬람 종파 중에서 이란과 적대적인 수니파 국가에 우호적이어서 이란을 자극할 가능성이 더욱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에 수니파 왕정 6개국 모임인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 정상들을 모아놓고 협력을 다질 예정이다. 무엇보다 미국과 사우디가 1000억달러(112조원) 규모의 무기 공급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져 이란과 '강 대 강' 대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계약에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사우디의 지나친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판매를 거부했던 미사일 방어 시스템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기 계약이 체결된다면 중동 질서에서 사우디의 역학을 더욱 확대되고,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에게는 군사적 압박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시아파 주민들을 탄압해온 수니파 왕정국가 바레인에 F-16 전투기 판매를 승인하며 이란을 압박하고 있다. 그동안 바레인에 무기 판매 재개 조건으로 내걸었던 시아파 주민에 대한 인권 개선 요구를 철회한 것이다.
오바마 전 행정부 정책의 핵심인 '피봇 투 아시아(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중심축 이동)'를 틈타 시리아 및 이라크 내전에 개입, 시아파 종주국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며 성과를 거둬왔던 이란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질서를 사우디를 중심으로 재편·강화하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경 보수파의 당선은 이란을 극한 상황으로 몰아갈 위험이 높다. 이란은 수니파 국가
[장원주 기자 /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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