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 파문으로 탄핵론까지 제기된 가운데, 취임후 첫 해외순방으로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그가 첫 방문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아랍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창설을 제시할 계획이라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9일부터 첫 해외순방에 나서 9일간 사우디, 이스라엘, 바티칸, 벨기에, 이탈리아 등 5개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해임파동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순방계획을 일부 취소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지만 그는 모든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한다. 이에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정치에서의 위기를 해외순방 성과로 해소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이스라엘에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해결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며, 유럽 일정 중에는 NATO,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등에 참석해 첫 다자간 정상회의를 치른다.
첫 분수령은 사우디에서 발표할 아랍판 NATO가 될 전망이다.
미국은 이 기구에 중동내 적대세력인 이슬람국가(IS)·이란 등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긴다는 구상이다. '아랍판 NATO'는 백악관 관리들이 붙인 별칭인데, 유럽내 미국의 동맹국 중심으로 결성된 NATO가 러시아를 견제하는 것을 본딴 모습이다.
WP에 따르면 미국과 사우디는 지난해 미국대선 직후부터 협력확대방안을 논의해왔으며, 최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주도 하에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에서 발표할 내용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주요 발표내용으로 수니파 국가연맹 수립을 위한 기본틀과 원칙을 세운다는 이른바 아랍판 NATO 계획이 포함된 것이다. 상세한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지만, 지난 2월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와 함께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집트·요르단 등의 참여가 거론되고 있다. 또 미국은 동맹에 참여하지 않고 조정 및 지원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사우디에 대한 대규모 무기판매 계획도 발표할 전망이다.
아랍판 NATO 창설과 달리 이 사안에서는 양국이 구체적 합의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현재 980억달러~1280억달러 사이의 협약이 진행 중이며, 향후 10년내 사우디의 무기구매액이 3500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전했다. 구매목록에는 미사일·화약·각종 개인장구 등 사우디 육, 해군전력 강화할 장비들과 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등이 포함됐다.
WP는 지난해 미국 대선 직후 사우디의 제2 왕위계승자이자 국방장관인 모하마드 빈살만 왕자가 미국을 찾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을 만나 협의를 시작했고, 방문 3주 후 사우디 측이 양국간 안보·경제협력을 늘릴 각종 계획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에 백악관 측은 IS를 소탕하고 중동지역 동맹국들이 미국의 안보부담을 낮추고 싶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했다. WP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집권기에 미국과 관계가 악화됐던 사우디가 반전을 노리고 있다며, 익명의 백악관 관계자가 "트럼프 정부에 베팅하려는 사우디 측의 의지가 아주 강하다"라 말했다고 보도했다.
WP는 이같은 계획이 트럼프 대통령의 가려운 곳을 정확히 긁어주는 것들이라 평가했다.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동맹국들에 안보재정 부담을 나눠주고, 대규모 무기 판매로 미국 내 일자리까지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랍판 NATO 창설에 앞서 미국이 중동의 동맹국간 갈등을 잘 봉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란 지적이다. 지난 2015년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도 아랍권을 묶는 안보기구 창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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