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등 4개국이 카타르와 국교 단절을 전격 선언했다. 종파(수니파)와 혈통(아랍계), 그리고 산유국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이들 국가들이 이처럼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5일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4개국은 이날 "테러리즘을 후원하는 카타르와 단교한다"고 일제히 발표했다. 이날 사우디는 카타르 항공기와 선박의 영공 및 영해 통과를 전면 차단한다고 밝혔고 바레인과 UAE는 카타르 외교관들에게 자국을 48시간 내에 떠나라고 통보했다. 사우디는 이날 국영통신 SPA를 통해 "카타르가 무슬림형제단, 이슬람국가(IS) 등 다수의 테러단체를 지원해 중동 지역의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며 국교 단절의 이유를 설명했다.
사우디 등 4개국이 지칭한 테러단체는 '무슬림형제단'이라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사우디를 비롯한 걸프국가들은 무슬림형제단이 정권 존립을 위협한다며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 무슬림형제단은 2011년 이집트의 독재 정권 호스니 무바라크를 퇴출하는 시민 혁명을 주도한 바 있다. 카타르는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현 대통령이 2013년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하면서 무슬림형제단의 일부가 카타르로 도피하자 이들을 보호하는 등 무슬림형제단에 온건한 정책을 펼쳐왔다.
외교단절 사태를 빚은 또하나의 원인은 카타르의 친 이란 노선이다. 사우디 등 4개국은 지난달 22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테러지원국'이라고 발언하자 '눈엣가시'인 카타르를 봉쇄할 명분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는 수니파 국가들이 적대시하는 이란과 대화채널을 유지하며 주변국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카타르 국왕이 이란을 옹호했다는 의혹도 일었다. 카타르 국영통신 QNA가 셰이크 타밈 빈하마드 알타밈 카타르 국왕이 군사학교 졸업식에서 "이란을 강대국으로 인정한다. 이란에 대한 적대정책을 정당화할 구실이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던 것. 보도가 있은 이후 카타르는 이를 '가짜 뉴스'라며 삭제했지만 사우디는 카타르 언
카타르 정부는 사우디 등 4개국들의 외교 단절 조치에 "정당화할 수 없는 유감스러운 조치"라며 반박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이번 단교 사태로 중동에서 벌이는 대테러전엔 영향이 없을 것이라면서 대화를 촉구했다.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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