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그동안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에서 큰 걸림돌로 작용했던 EU의 '이혼 합의금' 납부 요청을 수용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양측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도 진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더 타임스 등 영국 언론들은 28일(현지시간) 영국 측 브렉시트 협상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영국이 EU 재정분담금을 최대 40년에 걸쳐 분납하기로 했으며 전체 분담 액수는 400억~550(약 50조∼71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EU 측이 애초에 제시한 600억 유로보다는 적은 금액이지만 영국이 애초에 제시했던 200억 유로보다는 크게 늘어난 것이다.
영국 측은 이러한 제안이 EU 측을 만족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또 전체 분담 액수를 놓고 어려운 협상을 벌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혼 합의금 금액을 한번에 결정하기 보다 매년 정기적으로 지불 수요를 감안해 액수를 결정하고 기한 안에 낸다는 것이다.
BBC에 따르면 영국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 EU측도 "환영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 EU 고위 관계자는 FT에 "최종 금액이 얼마가 될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영국은 재정분담금을 다 내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다음달 4일 브뤼셀에서 장 크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미셸 바르니에 EU 측 브렉시트 수석 협상 대표와 만나 이혼 합의금에 대한 영국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영국과 EU는 그동안 이 문제를 두고 공방을 벌여왔다. EU는 이혼합의금을 먼저 내지 않으면 EU 국가들과의 자유무역 논의를 시작하지도 않겠다고 압박했지만 영국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때문에 브렉시트 협상이 6차까지 진행되는
이혼합의금 문제가 우선 일단락된 것으로 보이지만 브렉시트 협상의 걸림돌은 여전히 남아있다. 바로 아일랜드 국경 문제다. EU와 아일랜드는 영국령 북아일랜드의 단일시장 탈퇴로 빚어질 수 있는 국경 문제를 해결하라고 영국을 압박하고 있다.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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