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라이벌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동시에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다. 이란은 지난 1979년 이슬람혁명을 계기로 미국과 대립해왔지만, 사우디와 미국의 불화는 이례적이다.
사우디와 미국의 불화는 지난 2일 발생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실종 사건이 원인이 됐다. 카슈끄지가 이스탄불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그 안에서 사우디 왕실이 보낸 암살팀에게 살해됐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미 행정부와 의회가 강경하게 진상 규명과 징벌적 조치를 요구했다. 미국 의회 일각에서는 사우디에 대한 무기 수출 제재까지 공개적으로 거론됐다.
사우디 정부는 미국이 비판에 앞장서면서 사태가 더욱 심각해지자 공세적으로 자세를 틀었다.
현재 갈등은 봉합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사우디 국영방송은 "이란과 손을 잡을 수도 있다"는 칼럼을 게재하는 등 미국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의 적성국 이란은 다음 달 5일 미국의 원유 수출 제재라는 굴레를 쓰게 되는 위기에 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12차례나 분기 사찰보고서를 통해 이란이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준수했다고 확인했음에도 5월8일 일방적으로 핵합의를 탈퇴했다.
사우디와 이란이 세계 최강국 미국의 거센 압력에 대응하는 유일한 수단은 석유다. 나라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안에서 각각 산유량 순위 1위와 3위에 올라 있다.
사우디는 14일 낸 외무부 성명에서 "사우디의 경제력은 국제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강조하고 "우리를 경제적으로 제재한다면 더 크게 갚아 주겠다"고 역공했다. 이 성명을 두고 사우디가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으로서 '마음만 먹으면' 유가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란도 사우디와 마찬가지로 초강대국 미국의 제재에 맞서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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