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군부 정권이 민정을 이양하기 위한 총선일 연기를 공식화했다. 대학가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총선 연기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가시화할지 주목된다.
17일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가 전날 방콕에서 열린 교육부 행사에서 "(선거일은) 변경될 것이지만 여전히 5월 9일까지는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쁘라윳 총리가 선거 연기 입장을 공개석상에서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군부 정권에 대한 세간의 비판을 의식한 듯 "우리는 완전한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무슨 일이 있어도 선거는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국 헌법에 따르면 총선 관련 조항이 지난해 12월 11일 발효된 뒤 150일 이내인 5월 9일까지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그동안 태국 군부 정권은 5월 4~6일 열리는 국왕 대관식 전후 행사와 총선 이후 정치적 일정이 겹친다며 2월 24일 총선을 연기해야 할 수 있다고 시사해 왔다.
만약 2월 24일 총선을 실시하면 투표 결과는 두 달 뒤인 4월 24일에 발표하며 5월 9일까지 차기 총리를 선출하기 위한 국회가 열리는데 대관식 행사와 일정이 중복된다는 게 군부 정권 측 설명이다.
태국에서 국왕은 정치적 실권이 없다. 그러나 지난 70년간 태국을 통치하며 국민의 신뢰를 한 몸에 받았던 푸미폰 아둔야뎃 왕(라마 9세) 서거 이후 새 국왕이 공식 즉위한다는 점에서 총선 못지않게 중요한 행사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선거는 언제 실시되는 걸까. 현재로선 3월 10일 또는 3월 24일이 가장 유력하다. 방콕포스트는 선거관리위원회가 내부적으로 3월 10일을 총선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네이션은 자룽윗 푸마 태국 선관위 사무총장이 총선일이 연기된다면 3월 24일도 가능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총선 연기가 확실시되자 군부 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야당, 대학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시위가 확산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이들은 매주 토요일 방콕 안팎에서 총선을 예정대로 실시할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이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지지를 상징하는 빨간색 셔츠를 입었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태국 역대 선거처럼 이번 총선도 저소득층과 농촌 주민을 지지 기반으로 둔 탁신 계열의 '레드셔츠'와 도시 중산층·재계, 군부 등 기득권층이 주로 참여하는 '옐로셔츠'의 재대결이 될 것이라는
현 군부 정권에 의해 축출된 뒤 해외를 떠돌고 있는 탁신 전 총리는 최근 인터넷 팟캐스트를 개설해 사실상 원격 선거운동에 나섰다. '레드셔츠'를 입은 시민들은 18일까지 총선일을 애초대로 확정하지 않으면 다음날 대규모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영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