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미디어혁명의 중심, 신화통신·인민일보 뉴미디어센터 가보니
#지난 3월 카메라와 마이크가 장착된 스마트 안경을 쓴 신화통신 기자가 중국의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열리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으로 들어선다. 5G 이동통신 기술이 접목된 이 안경(지혜안·知慧眼)을 통해 기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화면과 음향이 실시간으로 생중계됐다. 마치 액션영화의 핸드헬드 촬영기법(Hand-held shooting)처럼 화면이 다소 출렁거렸지만 그만큼 뉴스영상의 현장감은 더 생생했다. '지혜안'은 AR(증강현실)과 안면인식 기술로 기자의 시선이 머문 곳에 있는 인물을 곧바로 식별해 화면에 관련 정보를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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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신화통신 기자들이 지난 3월 스마트안경을 활용해 양회(兩會) 관련 보도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 신화통신사] |
■ AI로 자료수집·저작권 판별·안면인식…뉴스·영상제작 신기원
이날 모씨는 AR과 VR(가상현실), MR(혼합현실)과 5G 이동통신 기술을 활용해 모바일 환경에 적합한 다양한 포맷의 뉴스를 생산하고 있는 신화통신의 과감한 시도들을한국 취재진들에게 소개했다. 그는 "예전의 뉴스 서비스는 기사면 기사, 사진이면 사진이었는데 지금은 여러 형식을 결합하고 3D(3차원) 영상을 활용하는 등 모바일 인터넷에 최적화된 뉴미디어 콘텐츠를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다. 신화통신에서는 뉴스와 영상 제작에 AI(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미디어 플랫폼도 적극 활용하고 있었다.
이날 한국 취재진들 앞에서 시연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경기 골 장면 영상은 AI가 한 경기의 전후반 90분을 모두 검색해 단 16초만에 편집해낸 것이었다. 사람이 한다면 족히 10분은 넘게 걸릴 일을 순식간에 AI가 순식간에 해낸 셈이다. 신화통신은 웹상에서 스스로 자료와 데이터를 수집하고 콘텐츠에 적용된 법적 권리(저작권 등)을 판별하며 화면 내 인물들의 얼굴을 인식해 정리·분류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로봇이 콘텐츠를 생산하는' 시대가 중국에서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이날 모씨는 신화통신이 만들어 1억 조회수를 넘긴 '일대일로(一帶一路·신 실크로드 구상)' 영상을 시연하며 중국 매체들이 공을 들이는 '융합미디어' 작업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해당 영상은 일대일로의 고대 실크로드와의 연관성과 공동번영의 목표 등을 담아낸, 분명한 정책적 지향점을 가진 것이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 형태로 제작된 이 영상은 신화통신 직원들이 직접 가사를 쓰고 부른 랩 음악 등을 써서 잘 짜인 뮤직비디오와 같은 느낌을 줬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국무원)의 권위있는 발표들이 보도돼 딱딱한 이미지가 강했던 신화통신 내에서는 이미 '평균 연령 32세'의 디지털 신인류들이 연일 새롭고 재치있는 시도를 거듭하고 있었다.
■ 中최고권위 매체, 딱딱한 이미지 벗고 '재미와 의미' 추구
신화통신에서 목격한 중국 관영매체들의 '유쾌한 변화'는 중국 최고의 권위지인 인민일보(공산당 기관지)에서도 진행되고 있었다. 신화통신의 변화가 더욱 다채로운 내용과 형태의 뉴스를 빠르고 생생하고 많이 전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었다면, 인민일보는 1인 미디어와 쌍방향 소통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재치있는 콘텐츠들을 만들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중국의 대표 매체들이 이처럼 과감한 투자를 일으키며 뉴미디어 전략을 펼치고 나선 것은 당과 국가가 분명한 목표와 지향점을 설정했기 때문인 측면도 크다. 사실에 기반해 당과 국가의 방침을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전하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하는 공산주의 국가의 언론관과 첨단 기술을 접목한 뉴미디어 혁명이 묘하게 잘 들어맞는 부분도 있다. 공산주의 매체의 특성상 '원 소스 멀티 유즈'의 기반이 되는 글 기사와 영상, 데이터 등의 형식이나 내용이 정제되고 균질화됐기 때문에 튀는 내용, 즉 예외값이 적다. 이같은 언론 환경이 기사와 콘텐츠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데 강점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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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2월 시진핑 중국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전화가 온 것처럼 효과를 낸 인민일보의 모바일 이벤트 실행 화면. [사진 출처 = 인민일보] |
지난달 25일 한국 취재진들은 인인일보 뉴미디어센터를 방문해서도 젊은 뉴스 소비자들의 성향과 취향을 고려한 뉴스와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접했다. 특히 인민일보 뉴미디어센터는 지난 2016년 2월 뉴스 소비자들이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걸려온 새해인사 전화를 받는 모바일 이벤트를 실시해 2억 5000만 건에 달하는 조회수를 올렸다. 중국 인민해방군 건군 90주년이었던 지난 2017년에는 이용자의 사진을 군복을 입은 모습으로 합성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치위에 인민일보 뉴미디어센터 부주임은 인민일보 독자 중 청년층 비율이 70%에 이르는 점을 강조했다. 치 부주임은 "상호작용을 통해 청년층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핸드폰으로 한국 취재진들에 인민일보가 모바일 웹사이트에서 1인 미디어나 왕훙(網紅·중국의 인플루언서)가 생산한 콘텐츠들을 보여줬다. 그는 "매체가 자신의 힘으로만 뉴스를 제공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인민일보가 적극적으로 외부 제작 콘텐츠들을 수용한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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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위에 중국 인민일보 뉴미디어센터 부주임이 지난달 25일 센터를 방문한 한국 취재진들에게 자사 모바일 웹사이트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한국언론진흥재단] |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
[베이징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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