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 장세가 지속되던 지난해 이후 시중 자금을 끌어모으며 '중위험ㆍ중수익' 상품의 대표주자로 각광받던 롱숏펀드가 최근 들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롱숏펀드란 상승이 예상되는 종목을 매수(롱)하고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 종목은 공매도(숏)하는 전략을 활용하는 펀드로,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혀 있는 동안 양호한 성과를 올리며 효자 상품으로 떠올랐지만 올 들어 작년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면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22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롱숏펀드에서는 이달 들어 20일 현재 446억원이 빠져나갔다. 월간 기준으로 롱숏펀드에서 자금이 유출된 것은 2012년 9월 이후 20개월 만이며, 지난해 이후 한 달 평균 1500억원씩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롱숏펀드에서 자금이 이탈하기 시작한 데는 수익률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33개 롱숏펀드는 올 들어 지난 21일까지 평균 0.67% 손실을 기록했다. 1년 평균 수익률 3.28%, 2년 평균 수익률 10.89%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내 롱숏펀드 가운데 설정액이 가장 큰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50증권자투자신탁[주식혼합]A'는 올 들어 1.82% 손실을 냈고, 두 번째로 규모가 큰 '마이다스거북이90증권자투자신탁 1(주식)A'도 올해 0.54% 수익을 내는 데 그쳤다.
롱숏펀드의 수익률이 낮아진 이유는 롱숏펀드가 늘어나면서 공매도 주문이 증가하고 그만큼 초과 수익 기회가 줄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코스피가 2000선을 넘어서며 박스권 돌파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것도 자금 이탈을 부채질하고 있다. 상승장이 지속되면 롱숏펀드의 수익률은 다른 주식형 상품보다 밑도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롱숏펀드는 리스크를 무리하게 지지 않고 중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인데, 시장에선 주가 상승 시에도 수익을 낼 수 있고 하락 시에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식으로 호도되며 과도한 자금 쏠림이 있었다"며 "펀드 규모가 너무 빠르게 커지면서 유사 전략을 사용하는 펀드 간 경쟁이 치열해졌고 주식 공매도를 위한 대차물량도 충분하지 않아 수익률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허필석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시장이 내수ㆍ중소형주 중심에서 수출ㆍ대형주 위주
결국 시장 주도주가 바뀌고 주가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는 차별화된 실적을 내는 롱숏펀드만이 살아남을 전망이다.
[이은아 기자 /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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