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22일 6개 계열사 지분정리를 단행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그룹 측은 오는 25일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시행령 시행을 앞둔 사전조치라고 설명하지만 후계 구도를 염두에 둔 지배구조 개편의 시작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호텔롯데가 롯데역사 롯데닷컴 롯데푸드 롯데리아 한국후지필름 등 5개 계열사로부터 롯데건설 지분 4.0%를 장외에서 총 875억원에 사들였다고 공시했다. 호텔롯데의 롯데건설 지분율은 35.2%(우선주 포함)에서 39.1%로 늘어났다.
롯데케미칼은 대홍기획과 롯데리아가 보유한 롯데알미늄 지분 5.1%를 총 328억원에 매입해 지분율을 13.2%로 높였다. 롯데칠성음료도 롯데상사가 보유한 롯데리아 지분 0.9%를 총 72억원에 매입했다. 취득 후 지분율은 2.2%로 상승했다.
롯데쇼핑도 롯데칠성음료 롯데제과 롯데푸드 대홍기획 롯데정보통신 롯데건설 등 6개 계열사로부터 롯데상사 주식 12.7%를 430억원에 사들여 지분율을 27.7%로 높였다. 부산롯데호텔도 바이더웨이로부터 호텔롯데 지분 0.6%를 431억원에 처음 매입했다. 롯데제과도 롯데칠성음료 지분 1.5%를 롯데카드로부터 371억원에 사들여 지분율이 19.3%(우선주 제외)로 상승했다.
이번 지분 정리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계열사 간 합병 등 경영상 사유로 의도하지 않게 다수의 순환출자구조가 형성됐다"며 "앞으로 롯데그룹은 계열사 간 지분구조를 지속적으로 단순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법 개정안 시행령에 따라 오는 25일부터 상호출자 제한 대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 내 계열사 간 신규 순환출자가 전면 금지될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알미늄→롯데제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만 무려 51개에 달할 정도로 재계에서 가장 복잡한 지분구조를 갖고 있다.
정대로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 규정 위반을 미리 피해가기 위한 사전조치로 보이지만 향후 지배구조를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신호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형인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 간 계열분리를 위한 사전 포석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았다. 여의도에서는 신 회장이 쇼핑ㆍ석유화학ㆍ건설ㆍ금융 부문을, 신 부회장이 일본롯데ㆍ호텔ㆍ음식료를 맡는 시나리오가 돌고 있다.
신 부회장이 지난해부터 롯데그룹 모체 격인 롯데제과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면서 '형제간 지분경쟁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이번에 주식을 매입한 계열사들은 원래 해당 회사에 대한 지분을 가장 많이 갖고 있던 대주주"라며 "시행령 시행을 앞두고 지분구조를 단순화하는 것일 뿐 경영권을 위한 지분 경쟁과는 무관하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조시영 기자 /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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