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호 행장 기자회견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1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개월간 이어진 주전산기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재훈 기자] |
이 행장은 1일 "(KB금융지주와 은행 간)집안 싸움이 아니다"며 "은행장으로서 (주전산기 등)의사결정 과정에서 중요 정보에 대한 의도적인 왜곡 조작이 있었다는 것이 중대한 범죄라고 판단했으면 그 부분은 규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화합 못할 일이 뭐 있느냐"면서 "이번 일만 정리되면 회장과 남은 임기 동안 같이 일하는 데 문제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 행장은 "이사회에서 나가라고 하면 그렇게 하겠다"면서 "이사회에서 재신임해준다면 이사님들과 주전산기 교체 등 슬기롭게 못 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은행 이사회 구성원은 총 10명으로 이 행장, 정병기 감사, 박지우 수석부행장, 윤웅원 지주 부사장과 사외이사 6명 등이다. 이 가운데 사외이사 6명과 윤 부사장이 이 행장과 갈등을 빚어왔다. 이 때문에 이 행장 거취를 전적으로 이사회 결정에 맡긴다면 사퇴를 요구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행장은 최근 주전산기 교체 문제로 중징계를 받은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IT임직원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로 인해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임 회장과 이 행장 징계가 '경징계'로 낮춰지면서 KB 내분 사태가 다소 마무리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사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 행장은 국민은행 IT본부장 교체 과정에서 임 회장이 개입한 의혹을 공개했다. 이번 사태가 임 회장과 이 행장 간에 갈등이 있었음을 돌려서 얘기한 것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은행장으로서 시스템에 대한 안정성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IT본부장을 교체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그래서 감사보고서를 통해 이사회에 보고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임영록 회장은 이날 "이 행장이 이사회와 협의해 주전산 교체 문제를 잘 수습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혀 갈등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각자 자리에서 주주, 고객과 직원들을 위해 조직 안정과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했
그러나 KB금융지주 관계자들은 이 행장 일부 발언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전임 IT본부장 교체 여부는 임 회장과 이 행장 간에 충분한 사전 조율이 끝난 상황인데 뒤늦게 논란이 된 것이 아쉽다"고 설명했다.
[강계만 기자 / 안정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