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대책은 백약이 무효’라며 팔짱만 끼고 있던 기존 정부 부동산 정책에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주도권은 기획재정부가 쥐고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뒤따라가는 모양새다. 정부가 이르면 이달말, 늦어도 내달초 내놓을 전월세 대책의 핵심은 대학생,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등 2030세대를 겨냥한 행복주택, 그리고 독거노인 등 도시 소외계층을 겨냥한 임대주택 공급 확충이다. 목동, 송파, 잠실 등 박근혜 정부가 대선공약으로 내건 행복주택 시범지구가 최근 무산된 상황에서 내년 총선과 그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선 어떤 형태로든 전월세난으로 불만이 폭주하는 주거 소외계층을 위한 맞춤형 전월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5일 “박근혜 대통령 대선공약인 목동, 잠실 등 행복주택 시범지구가 결국 지역여론에 밀려 최종 무산된 상황에서 서울도심 역세권에서 이를 대체할 만한 후보지를 계속 찾고 있다”며 “서초구 등 해당 지자체와의 사전 협의를 통해 지역 개발과 행복주택 공급이란 절충점을 찾아 반대 여론을 최대한 줄이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서울 양천구 목동과 송파, 잠실의 경우 철도부지와 배수지 등 인근 유휴 부지에 행복주택을 짓겠다는 정부 발표와 함께 즉각적인 지역 반발에 부딪혔다. 양천구청 등 지자체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대규모 임대주택 개발 계획이 급작스레 발표되면서다. 하지만 최근 SH공사 주도로 서초구 방배3동 성뒤마을에 행복주택 700가구를 포함해 1200가구 규모 저밀도 개발을 추진하는 경우나 KTX 수서역 역세권 개발 과정에서 행복주택 1700가구를 녹여넣는 개발 사례에서 보듯 국토부와 서울시, 그리고 해당 지자체간에 서로 이해가 맞어떨어지는 구조로 행복주택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기획재정부는 물론 국토부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 역시 2030세대 주거불안 해소책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30세대 주거불안은 사회 불안 요인이 될 수 있어 어떤 형태로든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KTX 수서역세권 개발 관련해서 서울시에서 그린벨트 일시 해제를 문제 삼았지만 젊은 세대를 위한 행복타운으로 조성한다는 데는 이견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서역세권 용지 외에도 인근 KT지사를 매입해 ‘서울리츠’로 젊은층에게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대학가 역세권 인근 노후 고시원과 여인숙·상가 등을 활용한 행복주택 추가 건립 방안도 국토부와 협의 중이다. 서울 신림동, 신촌 등 주요 대학가에 슬럼화된 고시원, 여관, 상가 등이 많고 이 지역에 대학생들이 밀집해서 거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울시에 국토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고시원을 활용한 대학생 임대주택 공급은 내년에 서울시 자체적으로 시범사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확보할 수 있는 대학생들을 위한 임대주택은 3000~5000가구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역시 시기와 방법이다. 국토부는 올해 공급하는 임대주택 12만 가구 총량 범위 안에서 일부 조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기재부는 추가 물량 확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추가로 행복주택 지구 지정 등이 있을 경우 목동처럼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사업이 사실상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다른 정부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젊은 세대만을 위한 행복주택을 많이 공급하기는 힘들고 독거 노인 등을 사회취약계층을 위해 노후 상가, 단독주택 등을 매입해 다가구나 다세대 주택으로 개조해서 임대물량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역세권 금싸라기 땅에 젊은 세대만을 위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역세권일수록 독거노인 등 노년층을 배려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다.
다만 2030세대를 겨냥한 한정적인 대책으로는 가을 전월세난을 막을 수 없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젊은층 표심은 흔들 수 있겠지만 전월세시장 안정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이근우 기자 / 문지웅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