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이 취임 2년차인 2014년 1월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발언한 이후 자산운용사들은 통일펀드를 앞다퉈 출시했다. 당시 대통령이 통일을 최우선 정책 목표로 내걸면서 통일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통일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컸다.
하지만 불과 2년 뒤인 올해 2월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폐쇄되면서 남북 관계가 얼어붙자 투자자들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남북경협 수혜주들은 급락했고 펀드 자금이 이탈하면서 현재 대다수 펀드가 청산 위기에 놓였다.
7일 자산운용업계와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출시 첫해인 2014년 12월 말 기준 최대 543억원까지 불어났던 통일펀드 전체 설정액은 작년 말 455억원, 올해 12월 6일 기준 34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작년과 올해 매년 100억원가량 자금이 빠져나간 셈이다.
5개 펀드 가운데 '신영마라톤통일코리아' 펀드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4개 펀드는 현재 설정액이 50억원 미만으로 소규모 펀드 청산 대상에 놓인 상태다. '교보악사우리겨레통일' 펀드의 경우 설정액이 고작 700만원에 불과하다.
통일펀드의 수익률도 대부분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가장 규모가 큰 '신영마라톤통일코리아' 펀드의 경우 선취수수료가 없는 C클래스 기준 최근 2년 수익률이 0%다. 환매할 때 내야 하는 연 1.5% 수준의 후취수수료를 감안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손해를 입은 셈이다.
다만 올해 들어 지난 6일까지 수익률만 따지면 3.4%로 괜찮은 편이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작년은 화장품과 바이오 등 일부 중소형주만 급등한 반면 올해는 저평가됐던 유틸리티(전력), 철강, 조선, 화학 등 통일 수혜 예상 종목들이 반등한 게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펀드는 지난 9월 말 기준 삼성전자(14.1%) 현대모비스(3.0%) KT(2.4%) KB금융(2.3%) POSCO(2.3%) 등을 많이 담고 있다.
이와 반대로 지난해 성과가 좋았던 '하이코리아통일르네상스' 펀드의 2년 수익률은 14.3%로 여전히 괜찮은 편이지만, 올해 들어 지난 6일까지 수익률은 -7.1%로 좋지 않다. 이 펀드가 전력·통신은 물론 남북경협 관련 중소형주, 제약·바이오주를 상대적으로 많이 편입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9월 말 기준 펀드 편입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9.2%) AK홀딩스(6.8%) 비츠로셀(4.9%) 아이마켓코리아(4.8%) 포스코켐텍(4.2%) 순이다. 이 밖에 '교보악사우리겨레통일' 펀드는 올해 들어 지난 6일까지 수익률 -8.9%, 2년 누적 수익률 -6.1%로 매우 저조하다.
통일펀드를 운용 중인 자산운용사들은 "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정부의 통일정책에 혼선이 생기면서 큰 피해를 입었다"면서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최순실 씨가 국정 전반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현 정부의 통일정책이 왜 오락가락했는지 이제야 이해가 간다"면서 "저희도 최대 피해자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다만 운용사들은 통일은 다음 어느 정권에서도 정책 우선순위가 될 수밖에 없는 만큼
허남권 CIO는 "대한민국이 저성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통일밖에 없다"면서 "통일펀드를 중장기적으로 키워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이자산운용 관계자도 "통일펀드를 정리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가져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