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전 11시 한국거래소 14층에 위치한 시장감시본부 산하 사이버감시팀. 권혁준 사이버감시팀장을 포함한 8명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이 시작되자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이 주시하는 모니터엔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주요 정치인에 대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글이 실시간으로 검색됐다. 순간 '대통령' '탄핵' '문재인'과 같은 단어들이 붉게 표시됐다. 가장 많이 검색되는 단어는 모니터에서 빨간 색으로 표시된다.
사이버 감시시스템이 인터넷 게시글이나 SNS를 분석해 이상 징후를 포착했다. 감시팀은 즉각 특정 종목 주가와 거래량이 급변한 사실을 발견하자 '사이버 경보(Cyber Alert)'를 울렸다. 직후 해당 업체에 '관련 테마와의 연관성을 해명해달라'는 이메일이 발송됐다. 감시팀은 기업설명(IR) 담당자에게 해명 공시도 요청했다.
이날 정치 테마주 관련 이상 징후가 포착돼 '사이버 경보(Cyber Alert)'가 울린 것은 5번. 30여 곳의 정치 테마 의심 종목 중 5곳이 '정치 테마와 관련 없다'는 공시를 통해 시장은 안정됐다. 팀 발족 이후 하루 기준 가장 많은 공시를 이끌어 냈다. 이날 5곳을 포함해 올 들어 14곳이 시장감시팀의 권고로 '양심 선언'을 했다.
권 팀장은 사무실 한쪽 면 전체를 차지하는 6개의 대형 모니터에 눈을 떼지 못한 채 "테마 이상 경보를 울린 5곳 모두 곧바로 공시를 낸 것은 주식시장에서 거짓 테마주가 발을 못 붙이게 될 신호탄"이라고 강조했다.
정치 테마주가 쏠린 코스닥 지수는 이날 전날 보다 1% 오른 612.26으로 마쳤고 걱정과 달리 급등락은 나오지 않았다.
이같은 테마주는 주식시장 질을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지목돼왔다. 일부 주가 조작 세력은 특정 정치인과 동향 출신이거나 친인척, 같은 고교를 나온 사람 등이 특정 회사 대표인 경우 이 회사 주가가 향후 좋을 것이란 그럴듯한 '스토리텔링'으로 정치 테마주를 포장한다는 게 시장감시팀의 귀뜸이다. 사이버감시팀 관계자는 "최근 사이버경보 직후 공시하는 업체가 늘면서 테마주에 대한 거래 빈도가 낮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거래소는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작년 12월부터 시장운영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시장 질서 교란 행위에 미리 '선전포고'한 가운데 사이버감시팀이 최전선에 서 있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각종 정치 테마주가 급등락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이듬해 2월 사이버감시팀이 발족한 이유다.
그럼에도 정치 테마주로 인한 투자자 피해는 계속됐다. 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12월부터 지난 7일까지 조사한 결과 정치테마주 투자자의 98%는 개인투자자이고 전체 투자자의 70%는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춘 시장감시본부 상무는 "말도 안되는 사유로 테마주로 묶이고 단기 고점 이후 급락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며 "막연한 기대감에 투자하는 사람이 없도록 시장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이버감시팀의 영역이 정치 테마주에만 머무르는 건 아니다. 올 들어 인공지능과 가상현실(VR)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관련 테마주도 사이버 감시팀이 그 진위를 가려준다.
이처럼 최근 사이버감시팀은 증권 관련 정보가 가장 많이 유통되는 포털사이트 게시글에 집중하고 있다. 허위 선동 문장에서 자주 쓰이는 문구를 파악해 걸러내는 기법이 쓰인다는게 팀 관계자의 설명이다. 해당 사이트에서 사용하는 필명과 함께 '요주의 게시자'를 따로 분류해 관리·감시하고 있다.
이주영 사이버감시팀 과장은 "퇴근 후에도 시스템은 밤새 작동하고 다음날 사람이 직접 검토하기 때문에 사실상 24시간 감시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사안이 중대할
[문일호 기자 / 정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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