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매일경제신문은 코스피·코스닥의 실증 비교와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셀트리온이 코스피로 옮기면 코스닥은 위기를 맞는 것인지, 코스피로 이전하면 주가는 오르는지를 꼼꼼히 따져봤다. 그 결과 셀트리온이 떠난다고 해서 코스닥 위기를 논할 문제는 아니라는 목소리가 크다. 코스닥시장은 코스피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초기 성장기업을 육성하는 진입 창구로서 자리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코스피시장은 장기 투자 성향의 기관 자금이 많아 옮겼을 때 주가 변동성은 줄어들 수 있겠지만 주가 수준 자체가 높아지는 것을 기대하기는 무리일 것으로 예상됐다. 공매도 또한 코스피로 이전하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작지 않다는 지적이다.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이 코스피 이전을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코스닥 위기설이 나온다. 코스닥 시가총액 2위였던 카카오에 이어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마저 옮기면 코스닥의 존립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5년간 2부 시장에서 1부 시장으로 옮긴 기업 수를 살펴보면 일본은 2부 시장인 자스닥에서 도쿄거래소 1부 시장(대형주)으로 이전한 종목이 33개다. 반면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한 종목은 카카오(2017년 7월) 동서(2016년 7월) 한국토지신탁(2016년 7월) 등 3개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코스닥 시총은 217조원 규모로 99조원인 일본 자스닥보다 2배 이상 크다. 1부 시장은 도쿄거래소(6204조원)가 코스피(1476조원)보다 4배 크다. 한국 자본시장 규모에서 코스닥시장이 상대적으로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주가수익비율(PER)을 살펴보면 코스닥이 평균 34.8배로 코스피 평균 PER 13.6배보다 3배가량 높다. 이는 코스피로 옮긴다고 주가가 더 오르길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김현준 더퍼블릭투자자문 이사는 "지난달 코스피로 이전한 이후 주가가 10%가량 오른 카카오의 경우 카카오뱅크의 흥행 때문이었다"면서 "단지 시장을 옮긴다고 주가가 오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코스피 투자자들은 보수적 성향의 연기금이나 가치투자 운용사 등 대형 기관이 많아 인덱스가 아닌 액티브 자금은 PER가 높은 고평가 종목에서 오히려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말 출시돼 한 달 새 2000억원 가까운 자금이 몰린 신영마라톤중소형주펀드를 담당하는 원주영 신영자산운용 연금가치본부장은 "바이오주의 경우 일반적으로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너무 높아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이 최근 회사 측에 코스피 이전 상장을 요구하면서 내건 이유는 "코스닥에 있으니 공매도 때문에 주가 상승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코스피로 가면 공매도가 줄어들까.
코스피는 장기 투자 성향 자금이 상대적으로 많고, 이들은 통상 보유한 주식을 공매도 투자자에게 빌려주고 연간 대여 수수료로 2~5%를 받는다. 이 때문에 코스피로 옮기면 오히려 공매도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공매도 전략을 적극 활용하는 헤지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코스닥은 공매도를 하고 싶어도 빌려줄 사람을 찾기 힘들어 포기하는 경우
실제 코스피의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은 지난해 연간 기준 6.4%로 코스닥 1.7%보다 4배가량 많다. 전체 상장주식 수 대비 공매도 잔액주식 수를 나타내는 공매도잔액 비중으로 따지면 지난 14일 기준 코스피가 평균 4.4%로 코스닥 3.6%보다 0.8%포인트 많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