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넘버3'이자 실무총책인 사무처장 자리에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 출신인 손병두 금융위 상임위원(53)이 11일 임명됐다.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자리에도 최종구 금융위원장, 손병두 사무처장과 함께 국제금융통으로 분류되는 유광열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수뇌부 인사에서 국내 금융 분야 경험만 많은 전통적인 모피아 출신 대신 국제금융에 대한 전문지식과 함께 거시정책을 다룬 경험이 풍부한 이른바 '하이브리드 인사'가 중용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날 금융위는 손 상임위원을 사무처장에 임명한다고 밝혔다. 행정고시 33회로 공직에 입문한 손 사무처장은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 종합정책과, 참여정부 청와대 경제수석실을 거쳐 국제 금융 라인 핵심 코스인 외화자금과장과 국제금융과장을 역임했다. 미국 명문인 브라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손 사무처장은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선임이코노미스트, G20 기획조정단장을 맡는 등 거시정책과 금융정책, 국제교류 업무를 두루 맡은 혼합형 인사다. 손 사무처장 선임을 뿌리가 같은 기재부와 금융위 향후 조직인사 가늠자로 볼 수 있다는 평가다.
과거 경제 관료들은 옛 재무부 출신을 가리키는 '모피아'와 옛 경제기획원의 적통을 이어받은 EPB(예산기획통)로 구분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적어도 이 같은 현상은 금융정책과 거시정책을 두루 섭렵했던 기재부 1차관 출신인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과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을 거친 최상목 전 기재부 1차관 등이 배출되기 전까지 보편적인 현상이었다. 그래서 "기재부 관료는 미시(금융)를 모르고 금융위 관료는 거시(경제정책·정책기획조정)를 모른다"는 자성론이 관가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해 인사교류 차원에서 금융위에서 기재부 출신을 받은 최초의 인물이 바로 이번에 임명된 손 사무처장이다. 이후 대우조선해양 등 수주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자 금융위와 산업통상자원부를 총괄할 기재부 경제정책국에서는 금융위 출신 에이스 사무관·서기관을 영입하려 했지만 번번이 무산돼 왔다. 하지만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인사교류가 다시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통 금융 관료인 도규상 금융위 국장이 기재부 요
직으로, 기재부 출신 인사가 손 사무처장 후임 상임위원으로 각각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한편 최종구 위원장은 금감원 2인자인 수석부원장을 금명간 임명할 예정인데 재정경제부 정책조정총괄과장과 국제금융협력국장 등을 기재부 중책을 두루 경험한 유광열 상임위원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정석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