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분식회계를 이유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압박을 가해 왔던 정부가 삼성그룹과 만나 일부 규제에 대한 해결을 약속하면서 이 종목에 대한 투자 심리가 크게 살아나는 모습이다. 이와 함께 미국 시장에서 의약품 제조 승인을 획득하며 판로가 확대된 데다 반도체 기술이 적용된 3공장이 내년에 본격 가동되면 실적이 급증할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실적 추정을 미뤄왔던 증권사들도 이 종목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내년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쏟아내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전날 대비 6.5% 상승했다. 지난달 말 이후 이날까지 13.7% 반등하며 같은 기간 시총이 3조3744억원 증가했다. 이로써 25조원까지 밀렸던 시총 규모가 28조원대를 회복했다. 증권업계에선 이 같은 주가 급등을 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한 효과로 보고 있다. 김 부총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그룹 주요 경영진과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 사장을 만났다. 고 사장은 바이오 산업을 대표해 미국 유럽 등 해외 임상시험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한 세액 공제, 약가 정책 개선 등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총리는 "규제 개선에 대해 적극 협의하겠다"고 화답했다.
에피스의 이 같은 규제 개선 건의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 것은 두 회사가 함께 그룹의 바이오 산업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 2월 미국 바이오 기업 바이오젠과 공동 출자해 바이오시밀러(복제약) R&D 기업인 에피스를 설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업체이자 에피스의 대주주(94.6%)로 에피스 실적을 지분율에 따라 반영하고 있다.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과의 콜옵션(향후 주식을 되사는 조건) 행사 가능성이 높아지자 에피스에 대한 지분율이 50%대로 떨어질 수 있다며 종속 회사였던 에피스를 관계사로 전환했다. 금융감독원은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부풀려진 것을 '고의 분식회계'로 보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이 같은 혐의에 대해 판단을 유보한 상태다. 일각에선 정부와 삼성이 만나 규제 개선 약속까지 나온 만큼 분식회계 관련 불확실성도 조만간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재감리에 나서 연내 결론이 날 것"이라며 "정부가 전향적으로 바이오 산업 규제를 들여다보기로 한 만큼 강도 높은 제재가 나오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각종 규제와 회계 관련 악재가 감소하면서 이 종목 실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수출증가에 힘입어 각각 1254억원, 237억원으로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작년 2분기 85억원 적자에서 올해 흑자 전환하는 데 성공한 것은 물론 시장 컨센서스(160억원)를 48.1%나 초과 달성했다. 이 종목에 대한 정부의 회계 관련 조사를 지켜보며 분석을 미뤄왔던 증권사들은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보고서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한국투자·대신·IBK투자·유진투자·SK증권 등 5곳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 평균은 749억원으로 작년(660억원) 보다 13.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바이오 담당 연구원은 "회계 불확실성에 따라 상반기에 증권사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보고서 쓰기를 꺼려해 컨센서스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며 "2분기 실적을 확인한 후 올해보다 내년 실적이 더 좋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5대 증권사의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1876억원으로 올해보다 150.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이 추정한 근거는 이 종목 판매 지역이 확대되고 있는 데다 신기술이 적용된 3공장이 내년부터 본격 가동되기
각종 호재에 기관은 이 종목을 이달 들어 7일까지 438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개인은 396억원을 내다 팔며 대조를 이뤘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