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순탄했던 현대오일뱅크 상장 일정이 최근 지연되고 있다. 지난달 13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현대오일뱅크는 금융감독원의 회계 감리 절차에 발목이 잡혀 있다. 당초 지난달 말 감리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금감원이 현대오일뱅크의 회계 기준 변경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면서 일정이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현대오일뱅크는 합작투자사인 현대쉘베이스를 종속기업에서 관계기업으로 변경해 회계 및 재무제표를 수정했다. 그동안 현대오일뱅크는 지분 60%를 보유한 현대쉘베이스를 연결재무제표에 편입해 100% 수익을 인식해왔다. 그런데 최근 회계기준을 변경해 현대쉘베이스의 수익을 지분율대로 60%까지만 인식하는 내용으로 사업보고서를 정정 공시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기준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은 10%가량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례에 따라 상장을 앞둔 기업으로선 이례적으로 실적을 낮추는 '보수적 회계 처리'를 한 것"이라며 "국제 회계기준상으론 문제될 게 없는데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어쩔수 없이 상장 일정도 미뤄지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당초 이달 초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려던 계획도 2주일가량 밀리게 됐다. 투자자 수요 예측을 거쳐 공모가를 확정하고 10월에 상장하려던 계획 역시 불투명해졌다. 업계에선 현대오일뱅크가 실적 '부풀리기'가 아닌 실적 '하향 조정'을 택한 만큼 감리 절차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보수적 접근 방식으로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가치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 IPO의 대표 주간사를 맡은 NH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는 동종업계 에쓰오일의 투자 지표를 참고해 공모가를 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매일경제신문과 KB증권의 추정에 따르면 에쓰오일의 EV/EBITDA 멀티플(배수)은 6.5배다. SK그룹이 올 상반기에 IPO를 추진했던 SK루브리컨츠 기업가치 산정 때 사용됐던 배수(10배)보다 크게 낮은 편이다. 통상 기업가치는 해당 사업부 EBITDA(법인세 등 각종 비용 상각 전 영업이익)에 배수를 곱해 계산한다. 결국 배수가 기업가치 산정의 핵심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루브리컨츠 산정 때 적용됐던 배수는 글로벌 정유업계 평균값을 감안했던 것"이라며 "이후 루브리컨츠가 기관 수요 예측에서 '찬밥' 신세가 됐던 만큼 현대오일뱅크는 이보다 더 낮은 값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쓰오일의 배수를 적용한 현대오일뱅크 사업가치와 현대오일뱅크의 종속 및 관계회사로 돼 있는 현대케미칼, 현대코스모, 현대쉘베이스, 현대오씨아이의 지분법을 적용한 사업 가치 총합은 10조1648억원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1조7136억원에 달하는 순차입금을 빼고 나면 순수 기업가치는 8조4512억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이 같은 수치는 현재 장외 시장 시가총액인 13조4183억원(38커뮤니케이션 기준)보다 5조원가량 낮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오일뱅크의 대주주(91.1%)다. 다른 자회사인 현대중공업·현대일렉트릭·현대건설기계 등은 조선업 불황에 따라 실적이 감소 추세라 현대오일뱅크의 실적이 현대중공업지주 실적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몸값을 높이는 게 그룹 재무구조 개선과 투자자들을 위해 필요하지만 당장 돈이 급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배구조 개편과 지주사 체제로 전
[문일호 기자 /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