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서울 송파구 래미안갤러리에 개관한 `래미안 리더스원` 견본주택에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파가 몰려 북적이고 있다. [김호영 기자] |
31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래미안갤러리에 문을 연 '서초 래미안 리더스원' 견본주택. 강남역 인근 서초우성1차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이 아파트는 청약제도 변경 전 유주택자가 청약 당첨을 노릴 수 있는 사실상 최종 기회라는 점에서 '마지막 강남 로또'로 불린다.
이날 견본주택을 방문한 30대 신혼부부는 거듭 중도금 대출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분양 상담사에게 '일절 안된다'는 답변만 듣고 힘없이 돌아서야 했다. 9억원 이상 고가 주택에 대해선 중도금 대출이 원칙적으로 나오지 않지만 간혹 건설사가 자체 보증을 통해 대출해주는 일부 사례를 기대했던 남편 김 모씨는 실망한 눈빛으로 발길을 돌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강력한 분양가 규제로 인근 시세 대비 분양가가 낮아지며 '로또 아파트'로 불리는 강남권 단지 신규 분양이 중도금 대출 금지로 인해 '현금 부자들만의 잔치'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대출 규제가 꽉 막힌 상황에서 건설사들도 몸을 사리며 자체 보증 대출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서초 래미안 리더스원은 HUG와 지루한 분양가 씨름을 반년이나 해오다 최근 간신히 분양에 착수했다.
12개동, 총 1317가구 규모 래미안 리더스원은 공급면적 기준으로 분양가가 3.3㎡당 4489만원에 달해 일반 아파트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총 232가구의 일반분양 중 가장 물량이 많은 83~84㎡형(총 185가구) 분양가는 15억7000만~17억3000만원으로 3.3㎡당 5000만원을 넘는다.
자금 조달 부담은 더 커졌다. 이 단지는 통상 분양가의 10%였던 계약금을 20%까지 높였고 분양가의 60%인 중도금도 당첨자가 알아서 조달해야 한다. 총 6회차 중 4회차부터 중도금을 내지 않다가 잔금을 치를 때 후불이자와 함께 정산하는 이른바 '변칙 이자후불제'도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이 때문에 최소 분양가의 80%를 현금으로 들고 있어야 청약에 도전할 수 있다. 가장 저렴한 59㎡형을 기준으로 해도 분양가가 12억원이 넘기 때문에 손안에 현금이 최소 10억원 이상 있는 사람만 청약을 넣을 수 있는 셈이다.
가구 수가 많이 배정된 전용 84㎡(162가구)를 기준으로 하면 분양가가 최소 16억원이 넘어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현금액수가 13억원 수준까지 올라간다.
이처럼 중도금 대출이 전혀 되지 않는 데다 유상옵션까지 과도하게 책정돼 있어 방문객들은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 30대 여성 방문객은 "빌트인 가전이 유상옵션으로 되어 있어 관심을 갖고 봤는데 풀옵션으로 맞추려면 6000만원이 넘게 들더라"면서 "방을 하나 없애는 대신 주방을 확장하는 옵션도 750만원이나 한다는 설명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자금 부담에도 서초 래미안 리더스원은 일단 견본주택 흥행몰이엔 성공한 모양새다. 이미 반년 이상 지체된 분양 일정을 더 미룰 수 없다는 판단하에 이 단지는 이례적으로 주말이 아닌 평일에 견본주택 문을 열었지만 오전에만 방문객 1000여 명이 몰렸다.
비싼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서초 래미안 에스티지s' 등 인근 단지보다 동일 면적 가격 대비 3억원가량 저렴하다는 이유 때문에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과 실수요자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