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으로 강남을 비롯한 서울 주요 지역 매물 호가가 하락하고 거래절벽 상황이 나타나고 있지만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하다. 불과 며칠 전 '서초 래미안 리더스원' 분양에 현금 10억원 이상을 조달할 수 있는 부자들이 1만명 가까이 모였는데 이런 뭉칫돈이 서울 아파트에 쏠리면 잠잠했던 시장이 다시 '들썩'거릴 수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9일 강남권 부동산중개업소와 주요 재건축 조합에 따르면 오는 12월 1일부터 개포주공4단지의 기존 조합원 물량이 거래된다. 개포주공4단지는 사업시행인가일이 2015년 11월 30일로, 3년 동안(오는 11월 30일까지) 착공하지 못하면 예외 조항이 적용돼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있게 된다. 12월이 되면 3년 이상 계속해서 소유하고 있던 조합원에 한해 거래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한 달 후면 거래가 가능한 현시점에 아파트를 내놓은 집주인은 아직 10여 명에 불과하다.
이런 매물들이 거래로 연결되면 최근의 거래절벽이 다소 풀리면서 부동산 시장이 들썩거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아직까지 중개업소들은 거래가 확 늘어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입주권 상태에서 매매하면 1가구 1주택자라도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가 불가능해서다. 실제 송파 헬리오시티 입주권 거래도 뜸하다. 매도자는 2년 실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 굳이 비싼 양도세를 내고 팔 필요가 없다. 매수자는 전세금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10억원이 넘는 현금을 바로 지급하는 게 부담스럽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매수 심리가 꺾인 것도 거래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말에 쏟아질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도 향후 집값을 결정할 주요 변수다. 부동산 분석 전문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11~12월에 송파 헬리오시티를 비롯한 10개 아파트 단지에서 총 1만5666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공급폭탄으로 주변 전세가격이 하락하면 갭투자 유인이 줄어 수요가 떨어지고, 이미 갭투자한 이들이 급매물을 쏟아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 집값의 향방은 거대한 공급 물량과 마르지 않은 유동성 간 힘겨루기 양상을 보인 것으로 보인다. '서초 래미안 리더스원' 분양에서 현금 10억원 이상을 조달할 수 있는 부자들이 1만명 가까이 모였다. 여기서 탈락한 '현금 부자'들은 여전히 서울
다만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이번에 래미안 리더스원에 청약했던 분들은 자본수익을 보장받기 원하는 신중한 투자자들"이라며 "이들이 일반 아파트 매매 시장으로 유입되긴 당분간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범주 기자 /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