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쏠린 셀트리온의 매출구조가 향후 미국으로 확대돼 실적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란 예상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각각 20% 늘어날 것이란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또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인 삼성바이오로직스로 인해 같은 업종의 셀트리온 주가가 하락하면서 연기금이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했다는 시각이 있다.
문제는 셀트리온마저 회계와 지배구조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슈가 불거진 이달에 연기금이 매도세로 전환한 만큼 실적 이외 외부 변수가 사라져야 이 종목 주가가 다시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6일 한국거래소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연초 이후 이달 24일까지) 연기금의 셀트리온에 대한 누적 순매수 규모는 1조6654억원이다.
연기금은 최대 투자자인 국민연금을 비롯해 교직원공제회,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이 포함돼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들어 연기금 중 국민연금이 주로 셀트리온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5% 룰(지분 5% 이상 공시의무)'에 따라 셀트리온의 주요 주주가 아니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주요 주주라는 점에서 내년 실적 증가가 예상되는 시총 3위 종목인 셀트리온에 대한 매수세가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한 애널리스트는 "국민연금이 셀트리온의 5% 이상 주주가 아니고 최근 주가도 하락했기 때문에 오히려 연기금 입장에서는 주식 매수에 부담이 없는 편"이라며 "대형주 수익률 방어 차원에서도 연기금의 매수 이유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올해 기관도 1조9815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투자자들도 6723억원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 같은 매수세는 셀트리온이 단기 실적 부진을 겪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상승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이 종목 3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48% 줄어든 736억원에 그쳤다.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시장 경쟁 심화로 셀트리온의 주력 제품 판매 가격 인하와 공장 증설에 따른 가동률 하락 등이 겹쳤다.
유럽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2~3%대에 그치고 있는 점도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그러나 최근 셀트리온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유방암 치료 바이오시밀러인 '허쥬마'에 대한 판매 허가를 받았다. 지난달에는 혈액암 치료제인 '트룩시마'의 미국 판매 허가까지 떨어졌다. 2016년 허가받은 '램시마'까지 포함하면 대표 제품 3종을 모두 미국에서 시판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 바이오시밀러 시장인 미국에서 성장세가 예상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내년 셀트리온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2400억원, 4967억원으로 추정된다. 올해보다 각각 23.2%, 24.9%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연달아 나온 바이오시밀러 허가로 올해 4분기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실적 개선세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실적 개선 전망에 26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8.3% 급등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터져 나온 회계·지배구조 논란이 수그러들면 셀트리온 주가가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는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이어 관계사인 셀트리온에 대한 회계감리와 지배구조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최대주주는 지분 35.83%를 보유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다. 금감원은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지난 2분기 국내 판매권을 셀트리온에 되팔아 받은 218억원을 기타이익이 아닌 매출로
업계 관계자는 "문제가 된 회계 규모는 얼마 되지 않지만 정부가 이 같은 셀트리온그룹 내 회계처리 방식에 대해 서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점을 점검하고 있어 향후 지배구조 문제로 확산할 것을 우려해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이라고 말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