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올 상반기까지 중국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중국 시장을 공략할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위해 현지 공장도 세운다.
일본 출장중인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26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 불참한 가운데 주총장과 전화연결을 통해 주주들에게 사업계획 등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투자금의 60%를 출자하고, 중국에 있는 파트너가 40%를 내는 형태로 올해 상반기 합작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라며 "자금조달 등을 통해 1단계로 5000억원 정도를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중국 사람들이 바이오의약품을 적극 사용할 수 있도록 중국 당국에 몇가지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임상을 끝낸 제품은 중국에서 추가 임상없이 판매할 수 있게 해주고, 보험등재를 통해 자기부담율을 낮춰달라고 주문했다"며 "이럴 경우 중국에 24만ℓ에서 40만ℓ에 달하는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지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중국 현지에서 생산된 물량은 비싼 오리지널약을 대체할 바이오시밀러로 전량 중국내 판매에만 쓰인다.
서 회장은 지난 1월 발표한 해외 직판체제 구축작업에 대해서도 순조롭게 진행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 하반기 유럽에서 시판될 피하주사 제형으로 만든 '램시마 SC'부터 직판체제를 적용할 것"이라며 "그동안 터프한 협상을 벌여 유럽내 1개 파트너사를 제외하고는 직판 변경 동의를 받았고, 미국도 오는 2022년 하반기 론칭시 직판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판 외에도 일부 파트너사와는 공동판매(코프로모션) 형태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동판매는 셀트리온이 제품 가격을 정하고, 파트너사에 높지 않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형태다.
유럽 판매허가를 앞둔 셀트리온SC 생산을 위해서는 "다국적 제약사와 8만ℓ 규모로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고, 추가로 9만ℓ 규모 시설을 찾고 있다"면서 "국내 생산을 위해서도 셀트리온제약 공장에 500억원을 투자해 생산시설을 지을 것"이라고 전했다.
주주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최근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이 지적되자 서 회장은 "신규 제형인 램시마SC 판매허가와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 '허쥬마'의 미국 시판, 중국 진출, 신약 개발 등으로 실적은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며 "2021년까지 매출액 5조원, 오는 2030년에는 30조원을 목표로 갖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오는 2027년에는 바이오시밀러 연장선에서 면역치료제를 출시하고, 2030년에는 바이오시밀러만 18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간 합병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현재로선 계획이 없지만 주주들이 원한다면 검토해볼 의향이 있다"며 "합병시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에 대한 양도세로 개인적으로 1조원을 내야 하지만 그것 때문에 합병이 방해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주총에서 셀트리온은 정관 사업목적에 '정보통신 관련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의 개발·공급·자문 및 유지보수업'을 추가했다. 또 생물학적 의약품 사업으로 규정됐던 정관에서 '생물학적'이라는 용어를 삭제해 바이오와 합성의약품을 아우르는 종합 제약사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이에 대해 주총을 진행한 기우성 셀트리온 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이 바이오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 회장도 인공지능(AI)과 U-헬스케어 등에 관심을 갖고 이를 접목한 바이오헬스케어 사업 외연을 넓히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사상 최대인 3500여명의 주주들이 참석한 이날 주총에서는 2018년도 재무제표 승인과 이사보수 한도 승인,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등의 안건은 원안대로 의결됐다. 하지만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이 꾸린 주주연대가 요구한 분기배당 및 중간배당은 안건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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