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선 이달 예정된 중국 백화점 진출이 올 하반기에 성과를 보일 경우 최근 주춤했던 주가도 다시 한번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일 한국거래소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한섬 시가총액은 9963억원을 기록했다. 한섬은 2012년 1월 현대백화점그룹에 인수됐는데 당시 계열사 현대홈쇼핑이 한섬 지분 34.64%를 4200억원에 사들였다. 한섬 자사주 물량(10.8%)까지 포함한 현대백화점그룹 한섬 지분율은 45.44%인 셈이다. 결국 현재 이 그룹의 한섬 지분 가치는 4527억원으로 인수·합병(M&A) 인수 대금보다 높다.
한섬 시총은 지난 4월 15일 1조197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지분 가치도 덩달아 5439억원까지 치솟았다. 한섬은 인수된 이후 영업이익 기준으로도 몸값을 해냈다. 2012년 이후 작년까지 7년 동안 한섬의 누적 영업이익은 4521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지배구조는 '정지선 회장→현대그린푸드(사실상 지주사)→현대홈쇼핑→한섬'으로 이어진다. 이 그룹은 작년에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면서 실적 외 변수가 사라진 상태다. 허제나 하나금융투자 선임연구원은 "M&A에 따른 각종 인수 비용 등을 고려하면 현대백화점그룹 입장에서 한섬은 올해부터 이익이 나기 시작하는 것"이라며 "지배구조 등 악재가 없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통한 기업 가치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1987년 정재봉 사장이 창업한 한섬은 타임, 시스템, 마인, SJSJ 등을 통해 20~50대 고소득층 남녀를 고객층으로 둔 중·고가 의류 제조 업체다. 2012년 이 회사의 진가를 알아본 정지선 회장이 정재봉 사장과 직접 담판을 통해 420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정 회장의 첫 M&A로서 일각에선 다소 무리한 투자가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한섬의 영업이익은 인수 직전인 2011년 984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나 이후 3년 연속 이익이 감소하면서 이 기간 영업이익이 반 토막이 났다. M&A 초기 인수 비용과 브랜드 효율화 작업, 의류업계 경쟁 심화 등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2015년부터 현대백화점그룹과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면서 실적이 턴어라운드하기 시작했다. 한섬의 의류 판매 통로가 백화점 아웃렛 직영점 등으로 다양해진 데다 '양'보다 '질'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 변화로 한섬의 주요 브랜드 판매가 늘어난 것이다.
한섬은 주요 제품에 대해 할인 행사를 하지 않고 고가 정책을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한 업체다. 이 상장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타임 등 주요 브랜드의 평균 판매 가격은 2017년 20만1816원에서 올 1분기 25만5321원으로 최근 1년여 동안 26.5% 상승했다. 그동안 직물 등 원재료 가격이 상승했는데 이를 제품 가격에 성공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덕분에 고용을 크게 늘리면서도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2011년 말 542명이었던 한섬의 직원 수는 올해 3월 말 현재 1166명으로 8년여 동안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2017년 550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작년에 920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올해는 1107억원의 사상 최대 이익이 예상되고 있다. 수익성을 뜻하는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2017년 5.97%에서 작년 7.75%로 올랐고 올해 8.58%로 추정된다.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현금배당 비중인 배당성향은 2017년 14.28%에서 작년 11.82%로 낮아지며 일부 주주의 불만을 샀다. 한섬의 2대 주주가 국민연금(12.09%)인 만큼 올해 배당 압박이 커질 것이란 예상이다.
올 하반기 주가는 2년 만의 중국 진출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2017년 한섬은 한섬상해유한공사를 통해 중국 진출을 노렸으나 사드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한섬이 최근 상하이 지역 유통업체와 수십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는데 평소 중국 진출을 강조한 정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며 "SJSJ 브랜드가 이르면 이달 중국 내 백화점에 입점할 것으로 보이는데, 의미 있는 지표가 나올 경우 큰 폭의 주가 상승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