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2%로 전망했다. 불과 3개월 새 전망치를 2.5%에서 0.3%포인트 낮춘 것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0.2%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도 연간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한은이 금리를 내린 건 2016년 6월(1.50%→1.25%) 이후 3년 1개월만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이 같이 결정한 뒤 "지난 4월 경제전망 이후 우리 경제를 둘러싼 경제여건, 특히 대외여건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이런 변화를 고려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2%로 전망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상반기 중 수출과 투자가 예상보다 부진했고 앞으로의 여건도 낙관하기 어려운 점을 주로 반영했다"며 "일본의 수출 규제 영향도 부분적으로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 배경에 대해서는 "성장세와 물가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약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경기 회복을 뒷받침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성장 전망을 부문별로 보면 3개월 전만 해도 전년 대비 증가율 0.4%로 내다봤던 설비투자가 -5.5%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하반기 반등에 힘입어 2.7%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던 수출 증가율도 0.6%로 하향 조정됐다. 수입 증가율은 1.6%에서 -0.5%로, 소비 증가율은 2.5%에서 2.3%로 내렸다.
한은의 성장률 하향 조정 폭이 0.3%포인트에 달한 건 시장과 거시경제 전문가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다. 기준금리도 이번엔 동결한 뒤 내달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선 우세했다. 성장률 전망은 보수적으로 하고, 통화정책은 후행적으로 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한은이 이번엔 과감한 행보를 보인 것이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일본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해 청와대와 정부가 기업 지원을 위해 가용자원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인 상황에서 한은만 방관하는 모습을 보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어떻게 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에 대한 부담을 일본의 수출 규제가 덜어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전문가들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홍 팀장은 그러나 "실제 기업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게 하려면 금리인하 보다는 기업 친화적 정책으로의 선회가 훨씬 중요하다"며 "청와대와 정부는 여전히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보단는 약자 보호 및 착한 정부 콤플렉스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주열 총재도 "지금의 경기와 물가 둔화 압력이 공급충격으로 인한 점을 감안하면 금리인하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며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효과도 빠르고,
한은은 내년 성장률을 기존 보다 0.1%포인트 낮춘 2.5%로 전망했다. 또 2019∼2020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기존 2.8~2.9%(2016~2020년)에서 2.5∼2.6%로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유섭 기자 /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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