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전칠기, 옻칠한 목판 위로 얇게 간 조개껍데기를 오려붙이는 공예입니다.
10년 전만 해도 고급 장식장 등에서 자주 볼 수 있었지만, 어느샌가 사라지는 신세가 됐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이상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벽시계·침대·우산꽂이.
「전시회 속 평범한 생활용품들이 특별해 보이는 이유는 영롱하게 빛나는 자개 때문입니다.
화려한 나전칠기함 하나가 탄생하려면 넉 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
전복을 비롯해 아름다운 조개류가 많이 나는 통영은 예로부터 나전칠기의 고장.
송방웅 씨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통영에서 53년째 나전칠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제작과정은 아교를 바른 목판 위에, 칼로 자른 자개를 붙이는 '끊음질'. 」
송 씨는 끊음질 할 때 일일이 혀로 자개를 붙입니다.
요즘 방식대로 붓에 물을 발라 붙이는 것보다 침으로 붙이는 게 접착성이 좋아 옛 기술을 고수합니다.
▶ 스탠딩 : 이상은 / 기자
- "이렇게 혀를 이용해 직접 붙여보니 목도 아프고 갈증도 나는데요, 하지만 예로부터 나전칠기 명인은 아교 서른 말은 먹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목판 위에 붙인 자개의 겉면을 긁어내면 영롱한 빛깔이 그제야 얼굴을 드러냅니다.
「1604년, 선조 때 공방이 설치된 이후 쭉 번성했던 통영 나전칠기.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수요가 급격히 줄며, 한때 전국적으로 1,500여 명에 달했던 기능공들도 자취를 감췄습니다. 」
▶ 인터뷰 : 송방웅 / 중요무형문화재 10호
- "요즘엔 문패를 해달라는 사람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공무원들 명패도 나전 칠공예를 많이 이용했는데 지금은 찾아오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수요가 없으니 배우겠다는 사람도 드문 실정.
그러나 송 씨는 현대와의 접목에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정부는 서울 핵 안보정상회의에 참가한 각국 정상 57명에게 나전칠기로 장식한 태블릿PC를 선물했습니다.」
▶ 인터뷰 : 송방웅 / 중요무형문화재 10호
- "각국 정상들이 대한민국 나전칠 공예가 아주 아름답다고 감탄했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현대적으로 산업적으로 접목해서 우리 전통공예가 세계적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정책을 폈으면 합니다."
평범한 생활용품에 나전칠기를 접목한 전시회, 작은 시도에서 우리 전통공예의 희망이 조금이나마 엿보입니다.
MBN뉴스 이상은입니다. [ coool@mbn.co.kr ]
영상취재: 최선명 기자